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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01. 2020

애 보는 남자의 외출

휴직 32일째, 민성이 D+281

하인 1, 2호와 함께 한 그의 신나는 주말. '역시 아기는 안길 수 있어 좋구나. 날 더 안아주거라' / 2020.05.31. 우리 집


이번 주에 쭉 민성이를 혼자 보면서, 주말엔 꼭 나갔다 오리라 다짐했다. 'Ctrl+C, Ctrl+V'처럼 똑같았던 닷새였다. 다음 한 주를 위해선, 몇 시간이라도 바람을 쐬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에서 바람을 쐬야 할지가 문제였다.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내도 그렇지만, 나도 별다른 취미가 없다. 취미 하나 찾아야지, 생각만 하고 이제껏 어물쩍거린 탓이다.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학교 다닐 땐 컴퓨터 게임을, 회사 다닐 땐 스마트폰 게임을 종종 즐겼다. 축구도 가끔 했다. 그나마 생각나는 게 이 정돈데, 둘 다 이번 주말 선택지가 될 순 없었다.


민성이를 보기 시작하면서 게임은 줄이고 있다. 계속 이어갈 취미 활동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들어 그렇다. 축구 모임은 안 나간 지 오래됐다.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30대 중반 이젠 다칠까 봐 겁나기도 한다.


고민하다 찜질방으로 정했다. 이번 주, 내가 민성이를 보는 동안 아내도 일했다. 그녀도 주말엔 쉴 권리가 있다. 종일 자리를 비울 순 없었고, 반나절 잠깐 기분 전환할 곳으로 딱히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


오전 9시, 미리 꼬셔둔 동생과 시내 찜질방에서 접선했다. 먹고 싶었던 라면과 계란, 식혜를 늘어놓고 그와 보드게임을 두어 번 했다. 뜨거운 탕을 오가며 목욕을 하고 나왔다. 기분이 한결 말끔해졌다.


5시간의 자유시간이 끝나고, 동생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민성이는 방금 잠에서 깨, 엄마 품에 안겨있었다. 양껏 못 잤는지, 울며불며 짜증을 잔뜩 냈단다. 그렇다. 나이스 외출 타이밍이었다.


휴직 기간, 일주일에 한 번은 외출을 하려고 한다. 아빠가 잠깐이라도 기분 전환을 하고 오는 게, 민성이를 위해서도 좋지 싶다. 매주 찜질방만 갈 순 없으니, 또 어디를 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올여름 민성이 돌이 지나면, 하루 몇 시간은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다. 그럼 내 시간도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다. 민성이에게도 좋을 아빠의 건강한 취미활동이 뭐가 있을지, 이번엔 어물쩍거리지 말고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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