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9일째, 민성이 D+288
그제(6일) 쇼핑몰로 가는 차 안에서 곯아떨어진 아내는(조수석의 아내가 곯아떨어졌다) 어제(7일), 결국 제일 늦게 일어났다. 1등은 당연히 민성이, 2등은 아빠, 그다음으로 할머니가 일어났다.
일요일 아침, 우리는 장인어른을 모신 용인 수목장 숲에 갈 계획이었다. 장모님은 전 남편이 묻힌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녀는 아버님이 병상에 계실 때 찾아보지 못한 걸 못내 마음에 걸려하셨다.
일어나자마자 장모님과 함께 아침 준비를 했다. 그녀는 연근 조림을, 난 된장찌개를 만들었다. 장모님도 처음엔 딸보다 더 많이 주방에 있는 사위를 낯설어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주방에 나란히 서서 함께 아침을 차린다.
부산히 준비한 덕에 일찍 출발할 수 있었다. 수목장 숲에 도착해, 장모님은 아버님 묘소 앞에서 크게 절을 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두 분은 떨어져 지낸 날이 함께 한 날보다 더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 하남 막내 처제 집에 들러 어머님과 처제를 내려주고, 오후에 집에 도착했다. 운전 때문인지, 아이 때문인지, 피곤이 밀려왔다. 민성이 잘 때 나도 잠깐 눈을 감아봤지만 깊게 잠들진 못했다.
1시간이 안 돼 밖으로 나왔다. 아내와 함께 밀린 집안일을 해치웠다. 그러곤 녹초가 되어 거실 매트에 대자로 누웠다. 그런데 내 옆에 녹초녀는 아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는 민성이랑 노는 게 휴식이란다. 그녀 역시 너무 피곤한 나머지, 휴식의 반대말이 튀어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 아빠의 휴식도 과연 민성이와 놀아주는 거였을까?
민성이를 재우고 아내와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너무 졸려서 콧물이 난다고 했다. 내가 아까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날 한번 쏘아보고는, 그건 정신적 휴식이고 몸은 고단하다고 했다.
아내는 복직을 하고 나서, 전보다 아이를 많이 못 보게 된 걸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많지 않은 야근에 걸리기라도 하면,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모른다. 민성이와 노는 게, 그녀에겐 정말 휴식일 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