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0일째, 민성이 D+289
이번 달부턴 민성이에게 숟가락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아이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 그게 '숟가락'인지도, '사용법'인지도, '무언가를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처음 걱정했던 것보단 즐겁게 하고 있다.
이제는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이유식 포장지 때문이었다. '(흘리는 양이 많더라도) 이제부터는 숟가락을 사용하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이유식을 주문했더니 시키지도 않은 죄책감이 딸려왔다.
아이가 이유식을 얌전히 먹을 리 없을 테고, 매끼마다 벌어질 그 참혹한 광경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어린이집 가면 배운다고도 하길래, 아내에게 난 숟가락 쓰는 건 안 가르치겠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민성이가 먹는 이유식은 매일 배달된다. 숟가락 사용법을 가르치라고 훈계하는 그 포장지에 싸여서. 그래서 시작은 하되 내 '멘탈'이 덜, 그리고 천천히 깨지는 방법을 고민했다.
우선 아이가 어느 정도 숟가락과 친해지게 한 뒤, 이유식 전선에 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매트 위에 앉아, 민성이 앞에서 숟가락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대는 시늉을 몇 번 했다.
민성이는 날 모방하기보다 숟가락 던지기를 더 재미있어했다. 하긴 아무것도 없이 숟가락만 허공에서 나풀거리는데, 아이가 저게 숟가락인지 손가락인지 알 리가 없다. 진짜 뭔가를 떠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톱 크기의, 작은 쌀과자를 여러 개 주문했다. 그걸 이유식 그릇에 담은 뒤 민성이와 마주 앉는다. 과자를 숟가락으로 떠서 내가 한 번 먹고, 민성이를 한 번 먹인다. 그리고 몇 번 더 어떻게 먹는지 보여준다.
아이가 이유식 그릇에 손을 넣어 과자를 집으려고 하면 막고, 숟가락을 사용해서만 먹을 수 있게 한다. 당연히 처음엔 혼자 할 수 없으니 숟가락을 쥐어주고 입으로 가져가는 것까지 도와준다. 칭찬도 잊지 않는다.
숟가락 원정에 떠난 지 일주일, 어제(8일) 민성이는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손가락으로 과자를 집어먹는 야비함을 보였다. 그래도 아이는 매일 조금씩 숟가락을 들어 올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뿌듯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