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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11. 2020

애 보는 남자의 집안일 개론

휴직 42일째, 민성이 D+291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손에 103호는 폐허가 된다. 저걸 그때그때 정리하는 것도 물론 집안일이다. / 2020.06.10. 우리 집


아이가 생기면 집안일도 많아진다.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산더미같이 쌓여가는 집안일을 하루라도 게을리하면 나중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난 그때그때 집안일을 해치우자는 주의다.


하루 동안 민성이의 상태는 크게 두 가지다. 깨있을 때와 자고 있을 때. 집안일을 할 때 내 대원칙은, 최대한 아이가 깨있을 때 한다는 거다. 아이가 자는 시간, 2시간에서 3시간만큼은 오롯이 날 위해 쓰기 위해서다. 


그때마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하다. 육아휴직 2년, 내가 버티지 못할 것이다. 또, 집안일을 제때 해둬야 아이를 따라 나도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그래야 다음날 예고된 육아 전쟁을 또 치를 수 있다.


어차피 아이가 놀 때, 내가 할 일은 없다. 혼자서도 잘 노는데, 굳이 그 모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봐야 하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어차피 민성이와 같은 공간에 있고, 집안일을 하다가도 언제든 달려올 수 있다.


자기가 놀 때 엄마 아빠가 옆에 없다고 우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할 일을 마냥 미룰 순 없다. 아이도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내가 집안일을 시작하면, 민성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날 졸졸 따라온다. 빨래를 걷고 널 때, 청소기를 돌릴 때, 아이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다. 생각해보면 어떤 게 일이고 놀이인지, 그것 역시 우리의 기준이다. 


'똑게'를 비롯한 육아서적에서도 집안일을 굳이 아이가 잘 때로 미루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러 집안일에 노출시키는 게 아이의 경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부모의 시간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설거지와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일은 대부분 민성이가 잘 때 한다. 설거지를 할 땐 아이와 내 눈높이가 맞지 않아 내가 싱크대 위에서 뭘 하는지 민성이가 볼 수 없다. 쓰레기는 버리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 외 집안일은 모두 민성이 옆에서 그때그때 해치운다. 혹 나처럼, 어린이집도 가기 전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면 아이가 깨어있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미루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물론 그런 아빠 자체가 많지 않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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