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99일째, 민성이 D+648
초여름 햇살은 따갑지만,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아이와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 이런 날은 어린이집에 민성이를 데리러 가는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벨을 누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아래 황토색 옷을 입은 민성이가 뛰어나왔다. 처제가 선물해 준 옷인데, 아이 손을 잡고 찜질방에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린이집에서 나오자마자 민성이가 나를 보며 손을 뻗는다. 요새 그는 전보다 더 많이 안기려고 한다. 예전엔 힘들기도 하고, 아이 떼가 더 느는 건 아닌가 싶어 좀 조절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안아달라는 대로 안아준다.
민성이가 하루 종일 안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느샌가 아이를 안을 때의 편안함이 힘듦을 넘어선 것 같기도 하다. 운동한다 생각하니 그것도 의미가 있다.
민성이를 안고 아파트 이곳저곳을 누빈다. 확실히 아이의 관심사는 조금씩 변하는데, 요즘 그가 꽂혀있는 건 풀밭에 널려있는 자그마한 사물, 예컨대 나뭇가지나 나뭇잎, 돌멩이, 솔방울 같은 것들이다.
내 품에 안겨 집으로 향하던 민성이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내려달란다. 가방을 메고 쪼그리고 앉아 뭘 집나 했더니 민들레다. 아이가 손을 흔들 때마다 민들레 씨가 잘게 부서져 그의 머리 위로 흩날렸다.
그중 몇 개를 다시 잡아채 입김을 불어 날려 보내니 민성이가 까르르거린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 아이는 이번엔 솔방울을 집어 든다. 벤치 위에 솔방울 하나, 그 뒤에 또 하나, 차례차례 가지런히 줄을 세운다.
옆에 가만히 앉아 그 광경 - 민들레 씨를 날리고 솔방울을 줄 세우는 - 을 바라보는 건 육아휴직을 쓴 아빠의 엄청난 행운이었다. 초여름의 문턱에서 나는 내게 주어진, 그 순간의 특권을 아낌없이 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