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야 쉴 수 있는 워킹맘

휴직 398일째, 민성이 D+647

'영차 영차. 분리수거는 야무지게!' / 2021.5.29. 아파트 단지

아내는 요즘 핸드폰을 자주 잃어버린다. 민성이와 함께 외출하려고만 하면 핸드폰이 없다. 어디에 놔뒀느냐고 물어보면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단다. 결국 발견되는 곳은 차 뒷좌석이나 화장실이다.

그녀는 민성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다. 아내가 쉬는 날이면 아이는 늘 엄마를 찾는다. 그녀가 잠시 화장실이나 집 앞 편의점에라도 가려고 하면 그렇게도 엄마를 불러댄다.

나라고 노는 건 아니지만, 설거지를 하며 그릇을 돌보는 게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훠얼씬 편하다. 잠시도 민성이 곁에서 떨어질 수 없는 그녀에게, 핸드폰의 마지막 위치 따위가 기억나지 않는 건 당연했다.

쌓이고 쌓인 그녀의 피로가 용인을 다녀와서 결국 폭발했다(장인어른 기일(1),(2)). 어제(1일) 아침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마는 뜨거웠고, 그녀는 계속 춥다고 했다.

그제 군산으로 돌아오고나서부터 그녀의 몸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날 오후 잠시 낮잠을 자고 약을 먹고 나니 괜찮아진 것 같다고 했는데, 괜찮아진 게 아니었다. 그녀의 피로는 생각보다 깊었다.

결국 아내는 회사에 하루 더 휴가를 냈다. 전날부터 휴가를 쓰는 게 어떻겠느냐 했더니, 할 일이 많다고 했던 그녀였다. 코너에 몰리고 몰려, 몸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돼서야 비로소 그녀는 쉴 수 있었다.

민성이를 데리고 2시간 떨어진 동네에서 1박을 하고 와 몸이 녹초가 돼있는데, 거기에 생리통까지 겹쳤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녀는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다.

안방 문을 굳게 닫아놓고, 홀로 민성이를 먹이고 씻겼다. 아내를 찾는 아이에게, 엄마 아파서 코 자, 라고 했더니 알아들었는지 그는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고 씩씩하게 등원했다.

아내는 약도 먹었는데 왜 빨리 낫지 않느냐고 투덜거리더니 그 길로 오후 2시 넘어서까지 잤다. 일도, 아이도 없는 곳에서 원 없이 잠 한 번 자보려면, 몸이 아파야 겨우 가능한 게 워킹맘인가 보다. 정말 힘든 직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