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03일째, 민성이 D+652
애가 있으면 주말에 뭐라도 해야 한다. 애가 없을 땐 아내와 둘이 마음만 맞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토요일 늦잠으로 시작해 주말 내 집에서 빈둥거려도 문제 될 게 없다.
이젠 그럴 수 없다. 21개월 민성이는 집에만 있으면 몸을 배배 꼰다. 뭐가 됐든 나가서 몸을 좀 풀어줘야 한다. 에너지를 적절히 발산시켜줘야 아이는 투정이나 짜증을 덜 부린다.
그제(5일) 토요일엔 미세먼지가 심해서 대형마트와 키즈카페에서 몸을 풀었다. 어제는 전날보다 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고민하다 오랜만에 서천 국립생태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예전에 갔을 때도 나쁘지 않았지만, 민성이의 반응은 사실 그저 그랬다. 그리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보다 몸집이 더 큰 물고기가 지나가도 아이는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민성이가 좀 컸으니 이젠 좀 다르지 않을까, 라던 아내의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못해도 두세 번은 왔었던 생태원 열대관에 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좋아서 방방 뛰었다.
그는 어항의 물고기를 한 번, 엄마를 한 번, 나를 한 번 번갈아보며 몸으로 말했다. '우와, 이게 뭐예요. 엄청 커요.' 분명 그가 전에도 봤던 똑같은 물고기인데, 반응은 어찌 이리 다른 걸까.
아이의 열렬한 반응에 엄마 아빠도 힘이 났다. 생태원 전 구역을 알차게 한 바퀴 돌고 다시 차에 올랐다. 집에 들어오고 얼마 안 돼 민성이는 곯아떨어졌고, 그 사이 나도 달콤한 쪽잠을 잤다.
오후엔 집에서 멀지 않은 해안 공원을 찾았다. 전부터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다. 바람이 생각보다 강하게 불긴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군산이 해양도시라는 걸, 새삼 다시 한번 느꼈다.
민성이 이발을 하고, 생태원과 바닷가에도 다녀왔다. 노동강도로 따지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평일보다 훠얼씬 고된 주말이었지만 보람 있었다. 이런 일상이 쌓여 민성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