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02일째, 민성이 D+651
어제(5일) 우리 가족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민성이 이발이었다. 미용실에 가서 (매우 힘겹게) 머리를 자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이 옆머리가 귀를 덮고 있었다.
평소 낮잠 시간을 고려해 오후 3시로 예약을 해두었다. 아이가 머리 자르는 걸 너무 싫어해 집에서 아내가 깎아준 적도 있지만(짧게 잘린 내 머리가) 여러모로 미용실을 가는 게 낫겠다고, 아내와 나는 결론 내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단 미용실에서 잘라야 예쁘다. 집에서 자른다고 민성이가 울지 않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아이가 싫어한다고 계속 그를 꼬마 왕초로 둘 순 없다. 힘들더라도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번 미용실을 갔을 때도 민성이가 앉은 곳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아이들을 꽤 잘 다룬다고 소문난 미용실을 찾아갔는데도 그랬다.
뽀로로도, 라바도 무용지물이었다. 평소에 유튜브를 좀 보여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결국 아내는 그의 팔과 다리를, 나는 목을 잡았다. 그때 우리에게 남은 것은 미용실 선생님의 가위질뿐이었다.
어제도 내가 생각했던 그림은 이랬다. 아이를 위해서도, 선생님을 위해서도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자, 우리는 이를 악물고 미용실에 들어섰다.
하지만 웬걸, 민성이는 다른 아이가 되어있었다. 아주 잠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을 짓긴 했지만, 대체로 차분했다.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선생님도, 우리 부부도 놀랐다.
나중엔 결국 울음을 터트렸지만, 지난번과 비교한다면 어른들의 노동 강도는 분명 반의 반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머리를 잘라 더 잘 생겨진 민성이 역시, 과자를 베어 물며 여유롭게 미용실을 나섰다.
아이가 부쩍 자랐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미용실에서 목이 터져라 울던 아이가 얌전히 앉아 있을 때, 난 또 한 번 그런 기분을 느꼈다. 민성이가 어느새 이만큼 자랐구나, 기특하다 우리 아들, 하는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