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Jun 08. 2021

복병이다!

휴직 404일째, 민성이 D+653

물고기도 노란 옷, 민성이도 노란 옷. / 2021.6.6. 서천 국립생태원


또다시 월요일, 어제(7일)는 한 주의 시작부터 부산했다. 아내의 출근길이자 아이의 등원길, 엄마와 헤어지는 건 늘 싫어하는 민성이지만 어제는 유독 심했다. 주말 내 엄마랑 붙어있어 더 그랬을까.


서럽게 엄마를 찾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나는 안다. 아이의 울음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어린이집 앞에서 아이를 안은채 꽃이며 나무를 둘러보고, 아파트 어딘가에서 짖고 있는 멍멍이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민성이도 울음을 그쳤다. 


아이를 부드럽게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청소기를 돌린다.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은 중국어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다.


아직 서툴지만, 그래도 배우는 재미가 있다. 코로나에 돈에,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대다 휴직 1년이 넘어서야 첫걸음을 뗀 중국어다. 조금 일찍 시작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배우는 재미가 있다.


1시간 남짓 알찬 수업이 끝나고 다시 나갈 준비를 한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떼야할 서류가 있었다. 민성이 등하원이 아니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 내겐 나름 큰 일이다.


볼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근처 토스트집에서 빵과 커피를 샀다. 다시 집돌이로 변신해 자유시간을 만끽할 생각에 들떠있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서 뜻밖의 복병과 마주쳤다. 


그곳엔 민성이와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었다. 산책을 나온 모양이었다. 집 바로 앞, 입구는 하나뿐이었다.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나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선생님에게 눈인사만 하고 슬그머니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계획이었지만, 그것은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었다. 한눈에 날 알아본 민성이는 3초 만에 울음을 터트리며 내게 달려왔다.


아이는 내게 한참을 안겨있었고, 나는 그대로 다시 어린이집으로 걸어가야 했다. 빵과 커피는 차갑게 식었지만 내 품에서 당최 떨어지려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아빠가 싫지는 않은가 보네 싶어 내심 뿌듯했던 하루였다. ###

매거진의 이전글 물고기는 내 친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