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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14. 2021

해수욕장은 엄빠도 처음이라(1)

휴직 410일째, 민성이 D+659

' 아빠, 진흙놀이 너무 재밌어요! 그런데 옷은 챙겨 오셨죠?' / 2021.6.13.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


어제(13일)는 서울에 사는 동생이 여자 친구와 군산에 내려오기로 한 날이었다.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서다. 동생은 여자 친구와 3년 정도 연애를 했다.


마땅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승낙이라고 했지만, 엄밀히는 승낙이 아니다. 못난 동생을 거둬준(!)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니. 어쨌든, 부모님과 동생 커플 그리고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약속 시간은 오후 1시 반, 아내와 나는 아침부터 계산에 들어갔다. 식사 시간이 좀 늦으니 민성이 낮잠을 일찍 재워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때에 아이를 재울 것인가.


뭐니 뭐니 해도 굴리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다. 행선지는 군산에 오면 다들 한 번씩은 가본다는 선유도 해수욕장으로 정했다. 전부터 한 번 가봐야지 했는데 차로 40분 거리라는 게 늘 걸렸다.


하지만 민성이도 이제 그 정도 거리는 잘 참을 수 있고, 다음 주말 아내 친구 내외가 민성이 또래의 아이를 데리고 군산에 놀러 오기로 해서 답사가 필요하기도 했다.


선유도는 생각 이상이었다. 일단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이 시원시원했다. 섬과 섬 사이로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게 드라이브 코스로도 딱이었다. 어젠 해무가 꼈는데도 그 정도였으니, 날이 맑을 땐 말할 필요도 없을 듯했다.


항구 도시에 살면서도 해수욕장은 우리 부부도 오랜만이었다. 일단 민성이를 낳고 키우느라 두 번의 여름은 그냥 보내주어야 했고, 아내도 나도 해수욕파는 아니었다. 수영장을 가면 갔지.


어제 민성이도 바닷물에서 놀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사전 답사 겸, 아이에겐 바닷물 구경이나 시켜주려던 게 아내와 내 계획이었다. 그래서 짐도 단출했다.


6월의 바다는 아직 쌀쌀했다. 이른 시간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기저귀와 수건, 바지 하나 정도만 달랑 가방에 담고,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얼마나 경솔한 행동이었는지(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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