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15일째, 민성이 D+664
아내에겐 그녀보다 석 달 일찍 아들을 낳은 친구가 한 명 있다. 아내의 고등학교 동창인데, 우리가 서울에 있을 때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살았고, 아이 개월 수가 비슷해 친하게 지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 같이 만나기도 했다. 한 번은 집에서 봤고(정확히는 우리가 쳐들어갔다), 또 한 번은 함께 공원 피크닉을 다녀왔다. 어제(18일), 이번엔 그들이 군산으로 내려왔다.
예전부터 기회가 되면 같이 놀러 가자고 여러 차례 얘기했었다.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두 가족 모두 아이가 있으니 고생을 나눠해야 한다며 서울과 군산 중간 지점을 계속 뒤적였다.
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편히 갈만한 숙소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힘들게 찾은 곳은 위치가 별로였다. 그들에게, 아니면 우리에게 너무 멀었다. 혹은 둘 다 고생스러운 곳이거나.
그러던 차에 그들이 군산으로 오겠다고 했다. 서울에서 차로 3시간 거리, 아이와 함께 도로 위에서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알기 때문에 만류했지만,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끝내 오겠다고 했다.
그럼 대신 숙소는 우리 집으로 하자고 권했다. 성인 넷에 아이 둘이 지내기에 그리 넉넉한 집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호텔보단 나을 것 같았다.
일단 아이한테 필요한 건 다 있다. 장난감과 기저귀 같은, 아이와 여행을 갈 때 잔뜩 챙겨가야 하는 짐들이 우리 집엔 다 구비돼 있다. 몸만 오면 된다. 적어도 21개월짜리 애 키우는 부부에게는 웬만한 호텔보다 낫다.
어른 넷 중에 유일하게 일을 안 하는 내가 여행 계획을 세웠다. 아이를 동반한 여행은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그들의 군산 여행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매 시간 단위로 일정표를 짰다.
드디어 디데이.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내와 나는 부산히 움직였다. 손님을 맞이하는 김에 불필요한 것들도 내다 버렸다. 좁은 집이지만 꽤 깔끔해졌다. 마트에 가서 먹을 것도 사 왔다.
손님들은 오후 5시가 좀 안 돼 도착했다. 민성이가 그렇듯, 그 집 아이도 훌쩍 자라 있었다. 에어비엔비 호스트처럼 그들에게 집 이곳저곳을 안내해주고 있는데, 어린이집이 끝난 민성이가 아내와 함께 들어왔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