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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20. 2021

민성이를 찾아온 서울 손님(2)

휴직 416일째, 민성이 D+665

'아빠, 오늘은 준비를 제법 해오셨네요?' / 2021.6.19.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


민성이 친구가 군산에 놀러 온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건 두 아이의 장난감 쟁탈전이었다. 친구도 분명 우리 집 장난감에 흥미를 보일 것이고, 민성이가 그걸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다.


특히 며칠 전부터 민성이에게 '친구'라고만 하면 그는 '엑' 소리를 내며 사람을 밀쳐내는 행동을 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도 알 수 있다.


그제(18일) 모처럼 어린이집에 민성이를 데리러 간 아내가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단다. "민성이가 등원하면 약간 그런 경향이 있긴 한데, 안된다고 하면 잘 알아들어요."


선생님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매우 완곡한 표현을 쓴다. 그 점을 감안하면,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민성이는 역시나 자기 장난감에 손을 대는 친구를 밀쳐냈다. 친구는 당황했다. 어른 넷이 아이 둘에 달라붙었다. 어른들에겐 미리 말을 해두었지만, 그래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첫날은 이미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고, 군산까지 내려오느라 손님들이 피곤할 게 분명했기에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해양공원을 산책한 뒤 저녁으로 칼국수와 보쌈을 먹고 돌아왔다.


장난감 쟁탈전만큼이나 우려스러웠던 건 아이들이 너무 늦게 자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더욱이 민성이는 평소 8시 반쯤 잠자리에 드는데, 친구는 민성이보다 3시간 정도 취침이 늦다고 했다.


수면시간을 후자로 맞춘다면 어른들의 시간 같은 건 있을 수 없었다. 어른 넷은 아이 둘을 일찍 재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아이1을 씻기자마자 아이2를 씻기고, 집을 정리하고, 불을 끄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두 아이 모두 9시 조금 넘어 잠들었다. 그 정도면 선방이었다. 이제부턴 어른들의 밤, 냉장고에서 손님맞이용 술을 꺼내 과일과 수다를 곁들여 즐겁게 먹고 마셨다.


취기가 오를수록 대화는 깊어지고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넘어섰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우니 대충 1시쯤이었다. 그리고 불과 5시간 뒤, 민성이가 날 흔들어 깨웠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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