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17일째, 민성이 D+666
아침 6시, 민성이 손을 잡고 거실로 나왔다. 깨어있는 건 우리 둘 뿐이었다. 다섯 시간 수면에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민성이가 그 사정을 알아줄 리 없다. 나머지 어른 셋과 민성이 친구는 모두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민성이와 좀 놀아주다 아내가 나올 기색이 없자 - 우리 집에선 보통 내가 민성이 아침밥을 차리고 아내가 아이 밥을 먹인다 - 생선을 구워 민성이 아침을 챙겨 먹였다.
식판을 정리할 때쯤 아내가 일어났고 손님들도 하나둘 거실로 모여들었다. 어른들은 수척했고, 아이들은 쌩쌩했다. 아이들에 이어 어른들도 빵과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외출 준비를 했다.
그제(19일) 첫 일정은 바닷가였다. 바로 이 날을 위해 아내와 내가 사전 답사까지 다녀온 것이다(해수욕장은 엄빠도 처음이라(1),(2)). 토요일 아침, 늦게 출발하면 차가 막힌다기에 우리는 바지런을 떨었다.
그 덕에 해수욕장에 무난히 입성했다. 답사 때와 달리, 이번엔 준비물도 잔뜩 챙겨 왔다. 수영모에 아쿠아 슈즈까지, 수영복을 풀장착시킨 뒤 모래사장에 아이를 방류했다.
파도를 낯설어하는 친구와 달리 - 그는 지금까지 바닷가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 민성이는 지난주에 와봐서인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놀았다. 물 만난 고기란 표현이 딱이었다.
1시간 정도 놀았을까. 아이를 해수욕장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해수욕장에서 데리고 나와 정리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잽싸게 아이 옷을 벗긴 뒤 모래를 씻어내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야 한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아내는 이번엔 집에서 아예 미지근한 물을 페트병에 담아왔다. 전에 왔을 때보다 10배 정도는 수월하게 아이를 씻기고 해수욕장을 빠져나왔다.
다시 군산 시내로 돌아와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마지막 코스로 우리 부부의 최애 장소 중 하나인 국립생태원에 다녀왔다. 일정 막바지, 생태원에서 민성이 친구 아빠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어제(20일) 오전, 손님들은 아침을 먹고 가볍게 산책을 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손에 꼽을 만큼 몸은 힘들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분명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이런 시간을 앞으로 자주 가져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