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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22. 2021

분리수면 이별전야

휴직 418일째, 민성이 D+667

'친구들아!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 2021.6.18. 어린이집


나는 아이 분리수면을 향한 의지가 매우 확고했다. 분리수면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선 육아서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안방에서, 민성이는 민성이 방에서 자야 한다.


서울에 있을 땐 분리수면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방이 두 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민성이 11개월쯤 우리 가족은 군산으로 이사를 했고, 방이 하나 더 늘어 본격적으로 분리수면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를 처음부터 혼자 자게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 아내가, 가끔은 내가 민성이 방에서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가 그가 잠들면 몰래 빠져나오는 식이다.


민성이가 늘 통잠을 자는 건 아니어서 그가 울 때면 다시 아이 방으로 들어가서 달래주고, 그러다 그 길로 아이 옆에서 잠드는 날도 적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 방법을 고수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니 민성이가 밤에 깨는 날이 확연히 줄었다. 아내와 나는 안방에서 가끔 영화도 보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다 편히 잠을 잔다. 분리수면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그런데 요즘, 민성이가 자다가 자기 방문을 열고 안방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통 한밤 중인데, 아내도 나도 대개 비몽사몽이어서 시간을 확인해본 적은 없다. 이른 시각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제 방이든 안방이든, 방문 하나 여는 건 이제 민성이에겐 일도 아니다. 예전엔 아이가 자다 깨면 자기 방에 누워 우는 게 고작이었는데, 마침내 문을 열고 우리에게 올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근래 몇 번이나 민성이는 울면서 안방으로 들어왔고 우리가 눈을 비비며 침대에 올려주면 아내와 내 사이에 떡하니 누워 언제 울었냐는 듯 얌전히 잠들었다. 정확히 아내와 내 중간에 누워서.


내가 매우 확고한 분리수면주의자이긴 하지만, 밤중에 울면서 우리를 찾아온 아이를 다시 돌려보낼 만큼 의지가 강한 건 아니다. 그게 아이에게도 맞는 일이라면 강행하겠는데, 잘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셋, 아내와 나는 같이 자는데 아이는 혼자 자야 한다. 아이 입장이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다. 분리수면을 하면서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이렇게 분리수면을 놓아줘야 하는 걸까.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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