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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24. 2021

아빠의 건강검진

휴직 420일째, 민성이 D+669

'엄마, 저는 이걸로 할게요!' / 2021.6.23. 군산 롯데몰


어제(23일)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서울에 다녀왔다. 지난해 4월 휴직을 하고 별생각 없이 검진을 건너뛰었더니 회사에서 계속 문자가 왔다. 올해 6월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받아야 한단다.


회사에 다닐 땐 워낙 바쁘다 보니 근처 여의도 검진센터 말고는 다른 곳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번엔 작정하고 큰 병원에 예약을 했다. 이럴 땐 휴직인 게 참 좋다.


검진을 받으려면 오전 10시까지는 내원해야 한다고 했다. 내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휴직기간, 다른 건 몰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모두 우리 아들 덕분이다.


어제도 난 새벽 5시에 일어나 육아일기까지 올리고 집을 나섰다. 5시 반쯤 자다 일어난 민성이가 눈을 비비며 제 방에서 걸어 나왔는데, 잠이 덜 깼는지 나와 마주치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모처럼 자유시간이었다. 물론 평소에도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얼마간 자유시간이 주어지지만, 집에선 자유를 누리는 것만큼이나 할 일도 많다. 청소와 빨래, 설거지, 요리 등 매일 정해진 숙제가 있다.


어제는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날이었다. 사실 매년 받는 검진은 별 다를 게 없었다. 어제 내게 특별했던 건 군산과 서울을 오가는 버스에서의 다섯 시간이었다. 온전한 나만의 다섯 시간.


다시 군산에 돌아왔을 땐 오후 4시가 좀 안됐다. 딱 민성이가 돌아올 시간이다. 군산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려 급 허기가 졌다. 터미널 앞 토스트 가게에서 빵을 베어 물고 있으니 아내가 민성이를 태우고 데리러 왔다.


저녁은 집 앞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피곤한 데다 배도 고파서 밥을 차리기가 싫었다. 그런 날이 있다. 민성이를 데리고 푸드코트를 한두 바퀴 돌다 돈가스 집에 들어갔다. 


민성이는 아내와 나 못지않게 맛있게 밥을 먹고, 아내와 밖에서 더 놀다 7시가 다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아빠의 건강검진, 아빠의 외출은 그렇게 순식간에 끝이 났다. 잠깐이지만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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