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23일째, 민성이 D+672
난 가급적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안 된다고 얘기할 때가 있다. 그중 제일은 아이가 날 때릴 때다.
민성이는 가끔 날 때린다. 매일 그러는 건 아니고, 체감상 사흘에 한 번 꼴로는 그러는 듯하다. 그래 봐야 솜 주먹, 당연히 아프진 않지만 간혹 얼굴을 때릴 때도 있다. 내 아들이어도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대개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데 내가 못하게 할 때, 거꾸로 하기 싫은데 내가 계속하라고 할 때 날 때린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잘 못 알아들을 때도 그런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이 심기가 불편해지면 처음엔 조금 짜증을 내고, 그게 심해져 화를 내고, 결국은 엄마 아빠에게 손을 댄다.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는데 서투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그래도 되는 건 아니다. 민성이가 내게 주먹을 휘두를 때 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이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다 나중엔 제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때리려 들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만 그럴까.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친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민성이가 때릴 때, 나 역시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다.
난 민성이가 때릴 때마다 아이의 손을 꽉 잡고 "민성아, 아빠 때리면 안 돼"라고 말한다. 그리고 단호한 표정으로 아이를 한동안 쳐다본다. 그럼 민성이는 살짝 내 눈치를 보다 또 때리려 한다.
그럼 다시 한번 똑같이 말한다. 이때 중요한 건 최대한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아이를 타이르는 것이다. 그럼 아이는 나 대신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자기 얼굴을 때린다. 자기 화났다는 거다.
그때 나는 보통 자리를 뜬다. 그리고 집안일 같은 할 일을 한다. 그렇게 내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민성이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슬그머니 내 옆 와서 앉는다.
어제(26일) 민성이는 유독 아내와 날 많이 때렸다. 아이의 이런 행동에 단호하기는 아내도 마찬가지다(나보다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어제 오전 국립생태원에 갔을 때도 민성이는 아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그녀는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