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24일째, 민성이 D+673
민성이가 왜 짜증이 난 건진 모르겠다. 우리는 그제(26일) 생태원에 가서 아이가 보고 싶었던 거북이와 악어 - 정확히는 아주 커다란 이구아나지만 - 를 보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호숫가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 민성이가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아 신발을 가리키며 칭얼거렸다. 가끔 아이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들여다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우리가 빨리 가자고 채근한 것도 아니었다.
아내가 민성이를 달래려 다가가자, 그는 엄마를 몇 번 밀쳐내더니 급기야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민성이, 엄마 때리는 거 아니라고 했지." 아내의 경고에도 민성이는 멈추지 않았다.
집에서도 간혹 민성이가 아내를 때릴 때가 있다. 몇 차례 경고에도 아이가 그치지 않을 때 그녀가 쓰는 방법은 민성이 곁을 잠시 떠나 있는 것이다. 대개는 아이와 거실에서 놀다 그녀 혼자 안방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날 그곳은 집이 아니었다. "엄마 갈 거야." 민성이가 아내의 머리칼을 계속 잡아당기자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민성이를 등지고 반대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민성이는 울면서, 심지어 맨발로 엄마를 쫓아갔다. 그러나 22개월 아이의 발걸음으론 아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하나둘 민성이를 쳐다볼 때쯤 그는 엄마를 따라나서는 걸 포기하고 뒤에 서있던 내게 달려왔다. 아이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이었고, 눈에는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호수 반대편을 돌아 아내가 돌아왔을 때, 민성이는 아내를 따라 한 글자씩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그녀에게 사과했다. "이안해."
아내의 강도 높은 조치가 효과를 보이나 싶었지만, 다음날 민성이는 다시 나를, 그리고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고, 내 언성도 따라서 높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휴직 1년 2개월 차인 내게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