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25일째, 민성이 D+674
그제(27일)와 어제(28일), 아내와 난 민성이를 데리고 1박 2일 서울을 다녀왔다. 지난해 8월인가 아내가 사둔 호텔 숙박권이 있었는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유효기간이 사실상 이달 말이었다.
숙소는 올봄, 민성이와 다녀온 그 호텔이었다(민성이와 호캉스를(1),(2)). 경험의 힘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어서, 이번엔 저번보다 확실히 수월했다. 민성이와 처음 수영장도 가봤다.
하지만 지난 이틀간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이의 폭력적인 행동이 서울을 오가는 동안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한번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민성이의 행동에 자꾸만 눈이 더 갔던 건지도 모른다.
전에도 아이가 날 때린 적은 있었다. 하지만 잠깐 그러고 말았다. 그래서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이니까 그럴 수 있지, 여유롭기까지 했다. 주도권은 내게 있었다.
하지만 요 며칠, 주도권이 아이에게 넘어가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일단 민성이가 때리는 빈도가 잦아졌고, 내가 아이를 단호히 대해도 그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게 반복되니 내 평정심도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민성이에게 안 된다고 말할 때도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아이 행동은 교정되지 않으니 마음만 점점 조급해졌다.
몇 차례 경고에도 또다시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가 미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 또 자괴감이 든다. 아이가 예쁜 짓만 할 순 없는 건데, 조금 미운 행동을 보인다고 바로 토라져버리는 어른이라니.
육아휴직 1년 2개월 차, 지난날들을 떠올려본다. 난 오만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오만했다. 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육아에 조금 별난 구석도 있었지만 남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전전긍긍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 며칠 그 자신감이 너무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제껏 거의 들지 않았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게 아니라면 어쩌지?
시건방을 거두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난 완벽하지 않고, 완벽한 부모랑은 더욱 거리가 멀다. 모든 게 서투를 수밖에 없는 나이, 민성이 역시 답답할 것이다. 조금만 더 인내하고 이해하려 노력하자. 부족한 건 차츰 보완해나가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