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26일째, 민성이 D+675
지난 주말 민성이와 호텔에 갔을 때, 우리는 숙소 1층에 있는 뷔페에서 석식과 조식 두 끼를 해결했다. 민성이 또래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갈 때는 동선을 최대한 줄이는 게 여러모로 이롭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세 사람이 갔지만 우리는 어른 두 사람 비용만 지불했다. 36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였기 때문이다. 호텔 식당이라 가격은 착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이득이었다. 민성이가 먹는 걸 봤다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민성이는 아내보다 더 많이 먹었다. 조금만 더 자라면 내 자리도 넘볼 것 같았다. 이제 겨우 22개월 아이, 진짜 저러다 배가 터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었다.
그는 많이 먹은 만큼 잘 놀았다. 처음 가본 수영장에선 겁도 내지 않고 열심히 물 위를 떠다녔으며, 아침을 먹고 난 다음엔 아내를 끌고 남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지난해 내 생애 첫 학부모 상담 때, 어린이집 선생님은 민성이가 참 활발하다고 했다. 단순했지만, 그야말로 아이를 관통하는 평가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놀랍게도 그는 더 활발해졌다.
일주일 전, 서울에서 민성이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엄마들만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다 온 적이 있다. 아내 왈, 친구가 미끄럼틀을 한 번 탈 때 민성이는 네 번 탔단다. 친구는 민성이보다 3개월이 빠르다.
매일 민성이를 데리고 하원할 때도 그의 무한한 - 실제론 유한하겠지만, 과연 유한할까 싶은 - 에너지를 잘 느낄 수 있다. 아이는 늘 그의 같은 반 여사친과 함께 하원하는데, 둘이 걷는 걸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물론 성별이나 기질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비슷한 개월 수인데, 친구가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민성이는 친구 주변을 두세 바퀴는 돌며 전진한다. 내 아들은 얌전히 걸으면 아픈 병에 걸렸나 보다.
요즘 민성이가 날 때리는 것도, 그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축구 교실이든 뭐든 하루빨리 저 방대한 에너지를 방출할 곳을 찾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