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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01. 2021

들어갈 듯 말 듯

휴직 427일째, 민성이 D+676

제발 쓰러지지 마라, 쓰러지지 마라…. / 2021.6.30. 우리 집


아이는 계속 변한다. 그래서 육아가 어렵다. 한동안 어린이집에 잘 간다 싶더니, 이번 주 내내 민성이는 어린이집 문 앞에서 안 들어가겠다고 뻗댔다.


지난 주말, 그리고 월요일까지 민성이는 집에서, 호텔에서 엄마랑 계속 붙어있었다. 아마 그게 이유일 것이다. 어제(30일) 그는 출근하는 아내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는 지하주차장까지 엄마를 따라나섰고, 그녀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끝내 내 품에 안겨 울었다. 안쓰럽지만 어쩌리. 심지어 몇 달 후면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출근해야 하는데.


민성이는 그렇게 내 품에 안긴 채 어린이집까지 갔다. 그때부터 느낌이 왔다. 아, 오늘은 순순히 들어가지 않겠구나. 불길한 예감은 늘 빗나가지 않는다. 민성이는 역시나 순순히 들어가지 않았다.


선생님도 민성이를 열심히 달래주었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를 던져놓고(!) 가려면 갈 수도 있었다. 나중에 내가 일을 시작하면 그땐 싫어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생님을 돌려보내고 어린이집 문 앞에서 민성이가 들어가길 기다렸다. 그는 들어갈 듯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을 신발을 벗었다 다시 신었다. 8시 반에 집을 나섰는데, 시간은 9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아이가 뭐 특별한 걸 하는 것도 아니었다. 동네 마실 나온 어르신처럼 그냥 어린이집 앞을 설렁설렁 걸었다. 꽃과 풀을 빤히 쳐다보다 가끔 아빠를 불렀다.


그래. 너도 언젠간 심심해지겠지, 평소 같았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는 중국어 선생님이 오는 날이었다. 수업시간은 9시 반, 그러니 민성이는 갑, 나는 을이었다.


문 앞에 서서 등원하는 아이와 엄마를 몇 명이나 봤을까. 나의 한계시간에 다다를 무렵, 민성이는 슬그머니 힘을 빼고 다른 반 선생님의 품에 안겨 못 이기는 척(!)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다.


요즘은 육아일기의 소재가 마르질 않는다. 그만큼 고민이 많다. 어린이집 등원도 그렇다. 지금이야 내가 시간이 많지만 일을 시작하면 계속 기다려줄 순 없을 텐데, 과연 막 두 돌이 지난 민성이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는 좀 나아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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