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30일째, 민성이 D+679
민성이는 서럽게 울었다. 잠은 오는데, 자고는 싶은데 코에 콧물이 한가득이라 분명 괴로웠을 거다. 아이는 조금 자다 깨고, 조금 자다 깼다. 당연히 우리도 아이를 따라 조금 자다 깨고, 조금 자다 깼다.
새벽 5시쯤이었나. 민성이가 또다시 울며 일어났지만 밤새 시달린 아내는 너무 곤히 잠들어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울면서 내가 자고 있던 안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이를 안아 달래준 뒤 손수건으로 콧물을 닦아주니 그는 다시 아내 등 뒤에 붙어 얼마간 잠을 잤다. 그렇게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금요일 밤이 끝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소아과로 달려갔다. 스마트폰 어플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갔기에 망정이지, 우리 뒤로 대기자가 스무 명이 넘었다. 그중엔 민성이 같은 반 아이도 있었다. 정말 아이들 감기엔 계절이 따로 없나 보다.
원장님은 민성이 귀를 살펴보더니 중이염 초기 증상이라고 했다. 우리는 최근에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에 다녀와서 그랬나 싶었는데, 그냥 감기에 따른 증상이란다. 약을 먹으면 괜찮아지겠지만, 한동안 고생 좀 하겠다 싶었다.
병원에 다녀온 뒤 민성이는 아내와 산책을 나갔고, 나는 집 정리를 했다. 그게 어제 민성이의 마지막 산책이었다. 오후엔 종일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장마가 시작됐다.
여러모로 답답한 주말이었다. 민성이는 아프고, 종일 비가 내렸다. 아이 코에서 계속 콧물이 흘러내리니 실내라도 어디 돌아다니기가 그랬다. 아내와 난 집 거실에서 민성이가 노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저녁은 부모님 집에서 먹었다. 메뉴는 닭백숙, 고생하는 며느리를 위한 시어머니의 특식이었다. 민성이는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아내만큼이나 밥을 많이 해치웠다. 몸이 안 좋아도 그의 식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휴직을 하고 아이가 감기에 걸린 것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이가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는 걸 보면 여전히 마음이 안 좋다. 그런 건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질 수 없는 건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