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31일째, 민성이 D+680
이번 달 정산은 평소보다 늦었다. 매일 민성이에 대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인데, 정확히는 고민거리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아이가 때리는 행동이었다(아이가 자꾸 때려요(1),(2),(3)).
예전엔 어쩌다 한 번 보였던, 그래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행동이 날로 심해져 당혹스러웠다. 나름의 원칙 아래 아이를 잘 돌보고 있다는 내 자신감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사건이었다.
어디 놀러 갔다 온 것도 아닌데 한 주제로 사흘 동안 육아일기를 써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후 아내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고, 인터넷과 육아서를 뒤적인 끝에 우리는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민성이가 때리려고 하면 그의 두 손을 꽉 잡고 저지하는 거다. 이 방법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아이에게 맞질 않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고, 그래서 이성적으로 대응하기 쉽다는 점이다.
지난달, 민성이가 또 내 애를 태우는 일이 있었다. 어린이집 문 앞에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뻗대는 거였다(들어갈 듯 말 듯). 그래서 나는 민성이가 들어가겠다고 할 때까지 아이 옆에 있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30분이 지나도록 들어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문득 이게 민성이를 위해 올바른 방법일까 의문이 들었다. 난 몇 달 후 복직한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할 때마다 내가 계속 옆에 있어줄 순 없다.
아이에겐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밖에서 30분이건 1시간이건 함께 놀아주던 아빠가 나중엔 칼같이 돌아서버리는 게 - 회사에 가려면 그럴 수밖에 없으니 - 과연 옳은 일일까.
난 여기에서도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시간이 허용되는 한 어린이집 가는 길엔 꽃도 풀도 볼 수 있지만 문 앞에 도달하면 민성이가 떼를 써도 단호히 뒤돌아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면, 이게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 말고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제 방에서 자다가 한밤 중에 안방으로 뛰어들었고(분리수면 이별전야), 자기 전에 내가 거실 불을 끄자 소파 위로 올라가 냉큼 불을 켜기도 했다(불을 끄려는 자와 켜려는 자).
미용실에 가선 전보다 의젓하게 머리를 잘랐으며(우리 민성이가 달라졌어요), 그러는 사이 나는 휴직 400일을 돌파했다(400번째 저녁). 내게 육아의 매운맛을 선사해준 한 달이었지만, 그만큼 민성이의 극적인 변화를 느낀, 소중한 한 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