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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06. 2021

폐렴 전쟁(1)

휴직 432일째, 민성이 D+681

'룰루. 까까 쇼핑은 언제나 즐겁답니다.' / 2021.7.1. 집 앞 편의점


지난 주말,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민성이는 밤에 비교적 잘 잤다. 콧물도 덜 흘렸지만, 문제는 기침이었다. 기침은 전보다 심해졌다. 어제(5일)도 아침 일찍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늘 평소처럼 아이의 코와 귀, 목을 살펴보던 선생님은 염증이 혹시 폐까지 내려갔을 수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많이 좋아졌단 얘기를 기대했던 나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민성이는 엑스레이를 찍는 게 처음이었다. 당연히 얌전히 촬영에 응할리 없었다. 사탕을 양손에 쥐어주며 어르고 달래 봤지만 먹히지 않았다. 별 수 있나. 결국 아이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촬영을 강행했다.


의사 선생님은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폐렴 초기 증상 같다고 했다. 그는 일단 호흡기 치료를 하고 약물 치료를 계속할지, 수액을 맞을지 판단하자고 말했다.


"오늘은 어린이집을 하루 쉬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설마 민성이 어린이집도 못 보내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속마음을 들킨 듯해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곧바로 중국어 선생님에게 전화해 수업을 취소하고, 민성이를 데리고 온갖 허물이 난무하는 집으로 돌아왔다. 평일에 아이와 둘이 집에 있기는 지난겨울 이후 약 반년만이다.


누군가 내게 아이를 돌볼 때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두 시기를 꼽는다. 아이가 돌발진으로 입원했던 한 주, 그리고 코로나 재창궐로 휴원 조치가 내려졌던 한 달. 


그나마 다행인 건, 그때 한 번 경험을 해봤다는 거다. 멍하니 주저앉아 현실을 부정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일단 전쟁통인 집부터 치워야 한다. 


민성이는 전보다 말귀를 더 잘 알아들었고, 난 전보다 요령이 늘었다. 아이를 달래면서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전에는 모두 동시에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무난히 나도 밥을 먹고, 아이 밥도 먹였다. 약을 먹이고, 양치질까지 시켰다. 이전과 달리 이 모든 과정을 순탄히 해낸 나 자신이 대견했다. 이젠 낮잠만 남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부터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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