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29일째, 민성이 D+678
사실 생각해보면, 금요일 저녁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목요일, 수요일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일 저녁일 뿐이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은 왠지 평범하게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매 금요일 저녁마다 든다.
어제(2일)도 그랬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기고 아내와 둘이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미리 부모님 집에 가서 민성이 밥을 먹이고 잠옷으로 갈아입혀놓은 뒤 아내의 퇴근 연락만 기다렸다.
아내는 얇은 대패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했다. 대학생 때 학교 앞에서 먹었던 그 맛이 그리웠대나. 하지만 막상 식당에 갔을 때 아내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어떤 음식도 추억 속의 그 맛을 따라잡을 순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는 한 점도 남지 않았다. 그녀 옆엔 내가 있었다. 술과 고기, 그리고 민성이 없는 편안한 어른들의 시간이 그리웠던 나는 그 순간을 맘껏 누렸다.
그곳에서도 대부분 민성이 얘기였지만, 그래도 모처럼 방해받지 않고 둘만의 대화를 즐겼다. 삼겹살을 먹고, 입가심으로 빙수를 먹고, 아내와 밤거리를 조금 걷다 택시를 타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민성이는 할머니 옆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시간상 그는 진작에 자고 있어야 했다. 느낌이 싸했지만, 그냥 오늘은 잠이 잘 안 오나 보다 했다. 술기운에 피곤하기도 했고.
아내와 민성이가 먼저 잠들고, 난 브런치를 쓰다 좀 늦게 방으로 들어갔다. 잠든 지 얼마나 됐을까. 민성이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자다가 우는 건 예삿일이긴 한데, 어제는 좀 달랐다.
그는 심하게 울었고, 잘 그치지 않았다. 아이 숨소리를 들어보니 코가 막힌 것 같았다. 문득 어제 어린이집에서 민성이가 낮잠을 잘 때 코가 막혀서 힘들어했다고, 선생님이 얘기해주셨던 게 생각났다.
그때 알아차려야 했다. 결국 우리는 새벽에 짐을 챙겨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이 콧물을 빼줬지만 그는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아이도, 우리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