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Jul 11. 2021

아빠는 훈련 중

휴직 437일째, 민성이 D+686

'민성이는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좋아요!' / 2021.7.10. 우리 집


"와이프랑 같이 애를 보니까 아이가 예뻐 보이나 보네." 아내는 나를 보며 놀리듯 말했다. 머쓱했지만, 꼭 틀린 말은 아니라서 그냥 슬쩍 웃고 말았다.


"어이구, 예뻐." 어제(10일) 셋이서 저녁을 먹다 민성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저 말이 튀어나왔다. 그때 아이가 뭘 하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쁜 표정을 지었는지, 귀여운 행동을 했는지.


당연한 얘기지만, 아내와 같이 민성이를 돌봐서 매우 수월했던 하루였다. 아내가 주로 아이와 놀아주고, 난 밀린 집안일을 했다. 그녀는 아이와 노는 걸 더 좋아하고, 나는 집안일을 더 좋아한다. 일종의 윈윈(win-win)이다.


점심엔 부모님 집에 가서 다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고, 오후엔 아내 혼자 민성이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1시간 남짓, 짧지만 달콤하게 쉬었다. 월요일부터 가정보육을 했으니, 닷새 만에 주어진 내 자유시간이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상태로 아이를 보니,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토록 사악하고 연약한 나지만, 자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부모 역시 아이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니까.


엄마도, (상태가 나쁘지 않은) 아빠도 계속 제 곁에 있어선지 민성이도 즐거워했다. 에어컨이 쉼 없이 돌아가는 집 안에서 머리가 흠뻑 젖도록 놀았다. 이 좁은 집에서 계속 놀거리를 찾는 그도 참 대단했다.


민성이는 아내에게 추피 책을 무한대로 읽어달라고 조르다 저녁 9시가 다돼서 잠이 들었고, 그녀는 아이 옆에서, 나는 안방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하루를 마감했다.


인생이 그렇듯 육아도 다 계획대로, 뜻대로 되진 않는다. 하루가 늘 어제처럼 편안할 수는 없다. 당장 이번 주처럼 민성이가 조금만 아파도, 그래서 어린이집만 못 가도 내 일상은 너무도 쉽게 틀어진다. 


그럴 때마다 휘청댈 수는 없다. 우리 부부가 다시 맞벌이 생활을 시작하면, 힘들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은 훈련의 시간인지 모른다. 시행착오는 겪을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단단해지자. 그러기만 해도 충분히 값진 지금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아이를 밀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