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38일째, 민성이 D+687
코로나 4차 대유행이란다. 그러고 보니 1차 때를 제외하곤 모두 내가 휴직 중이었다. 그래도 한 사람이 전담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을 때 대유행을 맞이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 휴직이 1년을 훌쩍 넘은 것처럼 코로나 사태도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악소리가 난다. 이에 내가 있는 전라북도에서도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그제(10일) 주민센터를 찾았다. 코로나는 주말에도 공무원을 출근시켰다. 지원금은 1인당 10만 원, 우리 가족은 민성이 몫까지 모두 30만 원을 받았다. 적지 않은 돈이다.
지원금은 10만 원씩 일회용 체크카드에 담아 지급해주었다. 카드 한 장은 그날 점심, 부모님과 함께 다섯이 구워 먹을 고기를 사는데 썼다. 이제 우리에겐 20만 원이 남았다.
어제 민성이 낮잠을 재우고 나도 따라 자려는데, 아내가 물었다. "오빠, 지원금 카드 어디 갔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치 과음하고 나서 블랙아웃이 왔을 때의 느낌이었다.
카드 두 장이 사라졌다. 전날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카드 한 장을 쓰고, 나머지 두 장은 가방에 욱여넣은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론 누가 가위로 기억을 잘라낸 것 마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혹시나는 역시나, 가방은 텅텅 비어있었다. 무의식 중에 내가 놔둘 법한 곳도 뒤져봤지만 없었다. 차에도, 부모님 집에도 없었다. 설마 길에 떨어트린 건 아니겠지?
엄마는 작은 돈도 아닌데 정신 좀 똑바로 차리지 그랬냐고 했고, 아내는 오빠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다, 집에 있을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질책과 위로를 둘 다 받고 집으로 들어왔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잘 찾아봐야지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내가 내 앞에서 카드 두 장을 흔들며 웃는다.
카드는 지원금 수령을 위해 꺼냈던 증명서 더미에 섞여있었단다. 하긴 요즘 내가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하긴 한다. 술이 아니라 육아에 취해도 블랙아웃이 온다는 걸 처음 겪었다. 또 휴원 조치가 있을 것 같은데, 나 괜찮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