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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14. 2021

행복은 엄마로부터

휴직 440일째, 민성이 D+689

가히 아내의 인생 역작이라 불릴 만큼 그녀가 (웬일로) 잘 찍은 사진. / 2021.7.10. 우리 집


그제(12일) 밤, 아내와 맥주를 마시며 오랜만에 민성이 옛 사진과 영상을 뒤적였다. 앨범을 뒤로 돌리면 돌릴수록 점점 몸을 못 가누는 아기가 나온다.


민성이도 그랬지만, 아기들은 몸을 제대로 못 가눌 뿐 아니라 휘적이는 자신의 팔다리에 깜짝 놀라곤 한다. 본인은 매우 힘들지 모르겠으나, 아기 때 사랑스럽기론 내가 손꼽는 순간이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22개월 민성이는 정말 감개무량할 만큼 많이 자랐다. 저 팔로는 이제 주방 서랍을 열어 과자를 꺼내먹고, 다리로는 나를 앞질러 뛰어가기도 한다. 제 몸에 대한 통제권은 완전히 그에게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엄마에 대한 애착이다. 아니 어쩌면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곤 울음밖에 없는 신생아 때보다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다. 


아기들은 세상 밖으로 나온 뒤에도 여전히 자신이 엄마의 일부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다 서서히 엄마와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고, 혼란스러워한다. 


지금 민성이 개월 수에 흔히 나타나는 분리불안도 이 같은 이유로 일정 부분 설명이 된다. 민성이가 세상에 나온 지 22개월, 그리고 내가 육아휴직을 쓴 지 14개월, 그는 여전히 엄마를 찾는다.


어제 아내는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늘 그녀가 회사를 갈 때마다 아내 손을 잡아끄는 아이다. 순순히 엄마를 보내줄 리 없었다. 결국 그는 내 품에 안겨 엄마가 떠나는 모습을 보여 펑펑 울었다.


그 절규를 보다 보면 내 가슴도 먹먹해진다. 아이는 정말 슬퍼한다. 뭐랄까.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는 것처럼 비통해한다. 아내가 출근하고 나서, 민성이는 한참을 말없이 내 품에 안겨있었다. 


민성이는 평소에도 잘 웃지만, 아내와 놀 때 특히나 행복하게 웃는다. 그럴 때는 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즐거워한다. 엄마 옆에서 가장 행복해하고, 그런 엄마가 없으면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다. 사랑이 형체가 있다면 바로 그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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