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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18. 2021

밀양 기행(2)

휴직 444일째, 민성이 D+693

'아 덥다. 아빠, 우리 쉬었다가요. 까까도 좀 먹으면서요.' / 2021.7.17. 밀양 위양못


나는 민성이가 계속 자고 있는 줄 알았다. 아이는 그만큼 조용했다(밀양 기행(1)). 아내 대신 민성이 옆자리를 꿰찬 엄마는 아이가 어떻게 이리 얌전할 수가 있느냐며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민성이는 이모집에 다 와갈 때쯤 몸을 비틀기 시작했지만, 두 돌도 안된 아이 입장에서 그 정도면 참을 만큼 참은 것이다. 가는 데만 세 시간, 어른도 좀이 쑤실 시간인데 아이는 오죽했을까.


민성이의 전적인 협조 아래 오후 7시 좀 넘어 밀양 이모집에 도착했다. 산 넘고 산 건너 도착한 그곳도 산이었다. 이모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경치 좋은 집에 살고 있었다.


예상대로 민성이는 별로 낯을 가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렸을 때 잠깐 민성둥절하는 듯했으나, 정말 잠깐이었다. 누굴 닮았는지 그는 남의 집에서도 자기 집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이 밥을 먹었다.


아이는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잤지만 다음날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건 분명한 반칙이었다. 전날 3시간 운전으로 골골거리는 나를 대신해 부모님이 민성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가 찍어온 사진을 보니 민성이는 골프채를 들고 있었다. 이모집 뒷마당엔 조그마한 골프연습장이 있었다. 22개월 아이 인생의 첫 골프였다.


우리는 (이모 말에 따르면) 요즘 밀양에서 가장 핫하다는 위양못을 산책하고, 오후엔 밀양 시내에 사는 또 다른 이모 집에서 빈둥거렸다. 민성이의 1급 노예였던 내 입장에선 당연히 후자가 더 좋았다. 더운 여름날, 아이와는 산책도 결코 쉽지 않다.


아이는 점심으로 볶음밥과 탕수육을 어른 못지않게 해치운 뒤, 낮잠을 두 시간이나 잤다. 전날 3시간 이동에 밤잠도 짧았던 그였다.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나도 옆에서 꿀 같은 휴식을 취했다. 


저녁엔 다시 둘째 이모 집으로 돌아와 다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고, 민성이는 이틀 만에 적응을 끝냈는지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2박 3일의 밀양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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