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46일째, 민성이 D+695
아이는 진화한다. 최근에 내가 겪은 몇 가지 사건으로 그 사실을 증명해 볼까 한다. 민성이가 요즘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자는 것이다. 막상 자러 들어가면 곧바로 곯아떨어지는 주제에, 자러 들어가기는 참 싫어한다.
6시 좀 넘어 아내가 퇴근하면 다 함께 밥을 먹고, 민성이는 아내와 씻으러 간다. 씻고 나면 옷을 갈아입고 양치를 한 뒤 방에 들어가서 아내와 책을 읽다 잠자리에 든다. 이게 그의 수면 패턴이다.
이 패턴대로 흘러가면 결국 잠든다는 걸 아이가 눈치챈 것 같다. 최근 그가 이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민성이는 며칠 전부터 아내의 양치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양치를 하고 나면 자신도 강제 양치를 당할 것이고, 그다음엔 자러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친 것이다. 아내와 난 뒤늦게 민성이의 이 귀여운 의도를 알아채고 한참을 웃었다.
민성이는 어린이집도 가기 싫어한다. 난 이것 역시 자기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보는데, 막상 잠자리에 들면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지는 것처럼 어린이집도 일단 들어가면 잘 먹고 잘 논다.
하지만 당장 아빠랑 헤어지기 싫은 게 아닐까 싶다. 여하튼 요즘은 민성이 등원시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어제(19일)도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애먼 아파트 단지만 빙글빙글 돌았다.
전에는 그래도 살살 꼬시면 느리긴 해도 어린이집 쪽으로 가긴 했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어린이집 방향을 아는 눈치였다. 저쪽으로 가자고 하면, 아이는 냅다 그 반대쪽으로 걷거나 뛰었다.
민성이는 이제 특정 상황에 놓이면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아는 것 같다. 얼마간 칫솔을 물고 있었는데 아빠가 다가오면 강제 양치를 당한다는 걸 알고, 엄마가 욕조에 물을 받으면 씻어야 한다는 걸 아이는 안다.
그래서 그는 칫솔을 던져버리거나 화장실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난다. 그럼 나는 아이를 쫓는다. 창과 방패, 경찰과 도둑 느낌이다. 아이의 진화가 귀엽기는 한데, 육아 난이도는 치솟는다. 눈치 22개월 단, 그의 무한한 성장에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