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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21. 2021

민성이는 여름 산책이 싫어요

휴직 447일째, 민성이 D+696

'민성이는 어디 가고, 웬 다람쥐가 우리 집 거실에?/' / 2021.7.20. 우리 집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육아휴직 15개월 차 집돌이인 내게 더위는 큰 위협이 아니지만, 민성이와의 산책이 문제다. 이런 날씨엔 조금만 걸어도 아이 얼굴이 벌겋게 익고 이마에선 땀이 뚝뚝 떨어진다.


평소엔 민성이가 하원하면 1시간 정도 산책을 했었다. 밖에서 몸을 좀 풀고 집에 들어와야 아이도 덜 심심해하고 밥도 잘 먹는다. 산책은 우리의 일상이었다.


그도 산책을 마다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집에 안 들어가려고 해서 골치였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선 민성이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나만큼이나 아이도 더위가 싫은 걸까.


어제(20일)도 하원 후에, 민성아 어디 갈까, 하고 물으니 아이가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안아달란 얘기다. 평소 민성이가 좋아했던 아파트 분수도, 근처 하천도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결국 민성이는 내 품에 안겨 곧장 집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4시 20분,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두 시간을 버텨야 한다.


다행히 민성이는 즐거워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고 간식을 먹으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가끔 나를 보며 자신의 업적 - 예컨대 자동차를 나란히 주차해놓는다거나 - 을 한껏 뽐내곤 했다.


하지만 딱 1시간이었다. 우리 집 거실이 온통 민성이 장난감으로 도배돼있다고는 해도 매일 이것만 가지고 놀면 아이도 질릴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민성이는 방황했고,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해도 좀 졌겠다, 몸을 배배 꼬는 그에게 밖에 나가자고 했더니 그건 또 싫단다. 아직 7말 8초 한여름엔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올라온다. 복직 전 마지막 여름, 과연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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