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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n 15. 2020

피곤해도 괜찮아

휴직 46일째, 민성이 D+295

엄마와 신나게 놀고 있는 강민성 어린이.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아주 살짝 아저씨의 느낌이 스친다. / 2020.06.13. 근처 아파트 단지


평일 닷새간 '독박 육아'를 마치면, 금요일 저녁쯤엔 몸이 녹초가 된다. 매일 켜켜이 쌓여온 피로가, 주말이라는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폭발하는 느낌이다. 지난 주도 마찬가지였다.


수면의 양이 부족한 건 아니다. 난 빠르면 저녁 9시, 늦어도 10시에는 잔다. 민성이가 보통 새벽 6시에는 일어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수면 시간은 회사 다닐 때보다 분명 더 길다.


문제는 수면의 질이다. 민성이는 자다가 두세 번은 깬다. 쪽쪽이를 물려주면 대부분 금방 잠들지만, 어쨌든 아이를 달래려면 잠깐이라도 일어나야 한다. 아내는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내가 일어날 때가 많다.


그래서 평일엔 - 특히 주말이 다가올수록 - 몽롱할 때가 많고, 그래서 항상 생각한다. 주말엔 진짜 늘어지게 자야지. 실제로 아내도 날 배려해준다. 늘어지게 자라고. 어제(13일), 일요일 아침도 그랬다.


아침 6시쯤, 민성이가 깨자마자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침실엔 덩그러니 나 혼자 남겨졌다. 그토록 원했던, 늦잠 시간이 주어졌다. 몇 번을 뒤척였지만 다시 잠들지 못했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늦잠은 실패했지만, 낮잠엔 성공했다. 엄마가 만들어놓은 월남쌈으로 점심을 먹으려는데, 맥주를 곁들이고 싶어 졌다. 월남쌈과 민성이 사이에 앉아, 맥주 두 캔을 내리 마셨다. 취기가 올라왔다.


그 길로 두 시간을 푹 잤다. 그 사이 민성이는 짧게 낮잠을 잤고, 세 번째 이유식을 먹었고, 아내가 만들어준 간식을 해치웠다. 그리고 나는 몸이, 머리가 한결 개운해졌다. 배려해준 아내가, 잘 놀아준 민성이가 고마웠다.


어제 민성이는 그 어느 때보다 잘 놀고 잘 웃었다. 아내는 웃기 경연대회가 있다면 민성이가 분명 상위권에 들 거라고 했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사랑스럽단 생각을, 어제 하루 나도 몇 번이나 했다.


또다시 한주가 시작됐다. 아내는 곧 출근한다. 아이를 보는 일은 분명 피곤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나의 피로가 그의 미소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피로는 또 풀면 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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