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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26. 2021

이 맛에 돈 버는 거지

휴직 483일째, 민성이 D+732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우유 좀 마시고.' / 2021.8.25. 우리 집


아이 키우는 집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 집에도 장난감이 꽤 많다. 우리 집 거실엔 텔레비전도 없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거의 모든 게 민성이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이가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예컨대 민성이가 미끄럼틀이나 찰흙놀이에 푹 빠져있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쳐다도 안 본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지고 노는 식이다.


요즘 그의 '최애' 장난감은 붕붕카(혹은 롤링카)이다. 근래 그가 집에서 돌아다닐 때 반 이상은 붕붕카를 타고 다니는 것 같다. 특히 그가 붕붕카를 애용할 때는 도망칠 때다.


목욕을 하고 나와서 기저귀를 채우려고만 하면 알몸으로 그렇게 붕붕카를 타고 도망친다. 또 빠르기는 어찌나 빠른지, 아내와 나도 붕붕카를 하나 사야 할 지경이다.


문제는 층간소음이다. 아이가 붕붕카를 타고 다닐 때마다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나서 매번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래서 아내가 무소음 붕붕카를 샀다. 무소음 차라니, 이런 고민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어제(25일)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민성이는 새 붕붕카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 붕붕카는 심지어 그가 좋아하는 자동차 모양이었다(써놓고 보니 이상한데, 이전 붕붕카는 곰돌이 차였다).


? ~?" 그는 붕붕카를 이리 보고 저리 보더니 나를 향해   싱긋 웃고 곧바로 시운전을 시작했다.  모습이 너무 귀여워 곧바로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아내에게 보냈다.


"이 맛에 돈 버는 거지!" 아내에게 곧바로 답장이 왔다. 나는 지금 돈을 벌지 않고 있지만, 전적으로 공감했다. 민성이의 진한 웃음을 봤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근로 의욕도 샘솟게 만드는, 그의 나이 놀라운 세 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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