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9일째, 민성이 D+298
나는 아직 내일을 살지 않았지만, 내일이 어떨진 대충 알 수 있다. 예언컨대, 민성이는 새벽 6시쯤 일어날 것이다. 이유식을 세 번 먹고 두 번 낮잠을 잘 것이다. 엄마가 퇴근하고 6시쯤 목욕을 한 뒤 7시쯤 잠들 것이다.
밥을 먹는 시간, 잠을 자는 시간도 비슷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이유는 민성이와 함께하는 내일은 어제, 그리고 그제랑 비슷할 걸 알기 때문이다. 휴직 후 나의 시간관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지루함과 싸우고 있다. 매일이 똑같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민성이를 먹이고 재우고 먹이고 재운다.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대부분은 상수고, 변수는 일부에 불과하다.
어찌 보면 인생 자체가 지루함의 반복일 수 있지만, 일을 할 땐 덜했다. 만나는 사람이, 일의 내용이 매일 달랐다. 가끔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일할 때도 있었다. 돌아보면 어느새 주말이 눈 앞에 와있기도 했다.
민성이를 재우고, 저녁을 먹으면서 아내에게 하소연했다. 그녀는 민성이을 빼면, 온종일 나의 유일한 대화 상대다. 민성이는 너무 사랑스럽지만, 계속 아이랑만 있으려니 심심하다, 답답하다 이런 얘기였다.
아내는 육아휴직을 하면 지인들은 애보고 있겠거늘 하며 찾지 않는 거라며, 억지로라도 내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요일 저녁에 자신이 애를 볼 테니 친구들을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난 9개월생 말고, 30대 내 또래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많이는 말고, 친한 사람 한둘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며 내 얘기를 하든, 그들의 얘기를 듣든 하고 싶었다.
오후 4시쯤 인근 아파트 단지로 민성이와 산책을 나갈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을 본다.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민성이를 안고 그 옆자리에 앉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루만 지나면 휴직 50일이다. 여전히 서투른 것 투성이지만, 조금씩 우리 부자의 부족한 걸 채워가고 있다고 믿는다. 내일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며, 외로움이라는, 민성이 아빠의 부족한 걸 하나 채워보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