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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31. 2020

마녀의 시간

휴직 92일째, 민성이 D+341

새 놀이터에 와서 기분 좋은 강민성 어린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코 찡긋' 웃음 발사.  / 2020.07.30. 근처 아파트 단지


민성이를 보기 힘든 시간은 5시 넘어서부터다. 4시쯤 산책을 다녀와서, 6시 조금 넘어 엄마가 올 때까지, 그때가 진정 마의 시간이다. 아니, 이때를 '마녀의 시간'이라고 하던가?


반면, 오전에 민성이를 보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아이는 6시쯤 일어나 이유식을 먹고, 낮잠을 잔다. 두 번째 이유식을 먹고 두 번째 낮잠을 잔다. 그러면 오전은 끝이다. 


오후 2시쯤 세 번째 이유식을 먹일 때까지는 할 만하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아이의 컨디션은 내리막이다. 4시쯤 산책을 나가 한 번 환기를 해주지만, 딱 거기까지다. 아내가 올 때까지, 이젠 내 온몸으로 그를 막아야 한다. 


군산에 와서 이 마녀의 시간은 조금 더 길어졌다. 아내의 퇴근이 서울에 있을 때보다 30분 정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울에선 탄력근무제를 활용해 5시에 퇴근할 수 있었고, 집에는 6시면 왔었다.


현실세계에선 고작 30분이지만, 그가 마녀로 변하고 난 뒤 30분은 3시간보다 길다. 우선 칭얼대는 게 심해지고, 아빠가 조금이라도 눈에 안 보이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눈물바다를 이룬다. 


우리 부부는 이 마녀의 시간이 길어진 김에, 민성이가 자는 시간도 조금 뒤로 미뤄보기로 했다. 민성이는 저녁 7시쯤 자는데, 너무 일찍 잠이 들어서 새벽 5시쯤 일어날 때도 많았다. 인간적으로 5시는 너무 이르잖아, 아들.


민성이 또래 아이들은 11시간 정도 밤잠을 자는 게 좋다고 하니, 8시쯤 자서 7시쯤 일어나면 딱 좋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를, 마녀로 변한 민성이의 공격을 잘 버텨냈을 때 가능한 얘기겠지만.


어제(30일)도 민성이는 하루치의 짜증을 아내가 퇴근하기 전 1시간에 몰아서 냈다. 방치 육아를 통해 주양육자의 안녕과 웰빙을 추구하는 나에게도 매우 고단하고 힘겨운 시간이었다. 


결국 아내가 퇴근하고는 내가 마녀가 되었다. 설움과 분노, 짜증이 한데 버무려지면서 괜히 아내에게 서운했다. 민성이에게 뺨 맞고 아내에게 눈을 흘겼더니 기분은 좀 풀렸다. 언제 끝나려나, 두 남자의 마녀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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