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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02. 2020

장마가 아이 엉덩이에 미치는 영향

휴직 94일째, 민성이 D+343

7월의 마지막 날, 부지런히 놀다 아빠를 올려다보는 강민성 어린이. / 2020.07.31. 우리 집


이번 주는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 장마란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요즘 같아선 영영 그치지 않을 것만 같다. 덥기는 또 그대로 더워서, 후텁지근한, 기분 나쁜 날씨가 계속됐다.


연일 쏟아지는 비에, 집도 계속 눅눅했다. 군산은 항구도시라 그런지 서울보다 더 습한 느낌이었다. 집에 한 대뿐인 제습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제습기에 담긴 물을 비워내면, 또다시 물이 가득 찼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다. 여느 때처럼 민성이 기저귀를 갈아주다 보니, 아이 엉덩이가 빨갰다. 말로만 들었던, 기저귀 발진인 듯했다. 장마철엔 옷만 안 마르는 게 아니라 아이 엉덩이도 안 마르는가 보다. 


그제(31일) 처음 발견했고, 어제는 종일 그랬다. 늘 그렇듯 나보다 아내가 더 걱정을 많이 했다. 토요일이었던 어제, 아내는 민성이 엉덩이를 다시 뽀얗게 만들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일단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기저귀를 잠깐 벗겨놓는 거였다. 반라 상태의 민성이가 집안 곳곳을 누볐다. 그래도 아이 엉덩이를 그렇게 잠깐이라도 말리고 나면 발진이 좀 덜한 듯했다.


아내의 목격담에 따르면, 어제 내가 잠시 외출한 사이 민성이는 그 상태에서 시원하게 작은 일을 봤다고 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기 앞에 생겨난 조그만 웅덩이에 다가가 직접 물맛(?)을 느껴봤단다. 


기저귀를 다시 입히기 전엔 아이 엉덩이에 연고를 잔뜩 투하했다. 결국 요약하자면 이렇다. 민성이 엉덩이에 무슨 일이 생긴다. 엉덩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한동안 벗겨놓는다. 연고를 바른 뒤 다시 기저귀를 입힌다. 


그런 우리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성이는 어제 응가를 다섯 번이나 누었다. 특히 자기 전에는 연속 두 번 응가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서 우리는 저 전 과정을 연속 두 번 반복해야 했다.


저녁 7시쯤, 민성이 방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아이를 재우러 간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아내는 아이 옆에서 지쳐 잠들어 있었다. 피곤한 장마다. 어서 하늘이 갰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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