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95일째, 민성이 D+344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에도 아내와 나는 민성이를 데리고 외식에 나섰다(아이와 첫 외식, 제 점수는요). 목적지는 대형 쇼핑몰, 지난주와 같다.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민성이와 외식은 겨우 두 번째였지만, 그래도 두 번째라고, 우리 부부는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푸드 코트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태국 음식점에 자리를 잡았다.
밖에서 민성이가 접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그에겐 처음이듯이, 나도 애아빠가 되고 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있다. 민성이를 낳기 전엔 먼발치서 구경만 했던, 식당 유아용 의자도 그중 하나다.
지난주 첫 외식 땐, 민성이를 그냥 유모차에 앉혀놨었다. 하지만 어제(2일) 식당에 들어갔더니, 사장님이 유아용 의자를 권해주셨고, 우리는 처음으로 아이를 그곳에 앉혀놓고 밥을 먹었다.
민성이는 꽤 답답해했지만, 엄마가 쥐어주는 간식을 받아먹으며 곧잘 얌전히 있었다. 하지만 식당에서 나와, 쇼핑이 더 길어지자 아이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단 유모차에 앉기 싫어했다. 온몸을 비틀며 앉기를 거부하는 민성이 옆으로, 잠든 아이를 태운 유모차 몇 대가 지나갔다. 우리는 나온 김에 꼭 사야 할 게 있었고, 결국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며 아이를 안아줘야 했다.
집에 가기 전, 아내가 마지막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는데, 민성이 기저귀가 묵직했다. 요즘 민성이가 엉덩이 발진으로 고생하고 있어(장마가 아이 엉덩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쇼핑몰에서 기저귀를 갈고 귀가하기로 했다.
밖에서 아이와 밥을 먹는 건 두 번째, 기저귀를 갈아본 건 처음이었다. 쇼핑몰 한쪽엔 육아 휴게실과 함께 기저귀 교환대가 잘 마련돼있었다. 그 옆엔 아이 로션과 세정제, 휴지 등 기저귀를 가는데 필요한 모든 게 있었다.
기저귀를 그냥 휴지통에 넣었다가, 비닐에 싸서 버리라는 안내 문구를 보고 다시 꺼냈다. 쓰레기통 안에는 비닐에 쌓인 기저귀가 수북했다. 이미 많은 육아 선배님들이 다녀가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젠 아이를 데리고도 편하게 쇼핑하고, 외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론 아이 낳았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서 돈 좀 쓰라는 얘기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점점 아이와의 외출에 익숙해진다. 아이와의 외출이 편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