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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04. 2020

육아, 몸은 편한데 마음은 안 편한

휴직 96일째, 민성이 D+345

'키야, 물맛 좋다!' / 2020.08.02. 군산 롯데몰


아내와 함께 한 주말이 끝나고, 또 한 주가 시작됐다. 어제(3일)는 군산에서 맞는, 사실상 첫 월요일이었다. 지난주 월요일에도 이곳에 있었지만, 그땐 집 계약 때문에 서울을 오가느라 월요일 인지도 몰랐다(바쁘다 바빠).


이사하고 일주일, 이제 집은 다 정리됐다. 하루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는 내가, 병적으로 정리를 서두른 덕이다. 하지만 다시 평온한 육아 일상으로 돌아오니, 잠시 잊고 지냈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실 군산 집에서 민성이를 보기는 분명 서울보다 편하다. 방의 쓰임새와 가구 배치 등을 새로 정할 때, 딱 하나, 어떻게 하면 내가 민성이를 편하게 볼까, 그것만 고민해서 이 집을 꾸몄기 때문이다.


거실에는 온전히 민성이 물건만 둬서 아이가 걸리는 것 없이 놀게 해 주었고, 주방 입구에 안전 울타리도 설치했다. 민성이 침실을 새로 만든 게 얼마나 편한 일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거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다가, 민성이가 돌아보면 손을 흔들거나 웃어주면 된다. 더 이상 아이를 잡으러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아이가 만지면 안 되는 것, 가면 안 되는 곳은 없어졌다.


그러다 때가 되면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먹인다. 민성이가 졸려하면 방으로 데리고 가서 재운다. 아이는 이제 혼자서도 잘 자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내가 재우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자는 거지. 


이렇듯, 민성이를 보는 건 무척이나 편한 일이다. 몸은 편한데, 마음이 안 편할 뿐이다. 아주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 그것은 고독감이었다. 민성이가 채워주는 충만한 감정과는 다른, 어떤 결핍이나 갈증이 분명 있다. 


육아휴직 기간엔, 그 결핍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내가 일하러 나가면 집엔 항상 아이와 나 둘만 남을 것이다. 예전처럼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하기도 어렵다. 어제도 난 친구들 모임에 나갈 수 없었다.


수시로 날 덮치는, 그 고독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 잘못도 아니다.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몫이다. 그러니 육아는 아이가 아닌, 나와의 싸움이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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