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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탈

나루시선, 45

by 나루

임모탈


서나루



나도 영생하고 싶어 사람이니까

영생할 수 없지


그래서 나는 싸움에 끼어들었네

싸우다 죽으면 전사하는 것이니까

늙어죽는 것이 아니네

서서 죽겠다고

서 있다가 쓰러지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싸움에 끼어들었네 한때는

갠지스 강에 가서 죽겠다는 인도 사람들이나

침상에 누워 있느니 차라리 죽여달라는 바이킹의 임종이

나는 이해가 안 되었네


그들과 발맞추어 깨달을 수 있었는데, 요령 피우다가

괜히 발달 단계만 처진 거지

안티-에이징 크림으로 아무리 살을 쓸어올려도

하루하루 빨라지는 시간은

내게 얼굴을 돌리고 그것의 입 안을 보여주었네


내 권총을 거머쥐었지 내 권총을 싸우러 퍼뜩

싸우러 가야 해

영광스러운 전투에서 사망하면 발할라로 간다고

그래서 나는 미련히도 진격하는 전우들과

맹세하고 또 했네

우리 현장에서 죽자 현장에서

영광 속에서 사망하자 전사는

죽음이 아니야 파괴는

완성이야


서서 죽으면 우리는 영생이 필요 없어진다네

시든 것이 아니라 산화한 것이라서

현장에서 다시 현장에서

내 사람들이 부르는 곳에서 쓰러진다네

사바세계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아니야, 영원히 안식하러 가는 것도 아냐

그럴 생각을 못 하고 죽는 거야 그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없이


남의 죽음 때문에 내 죽음도

내 부족함 때문에 내 죽음도 잊는 거야

죽음이 없는 삶

살리는 싸움 속엔 사망이 없고


제 삶이 소중한 자들이 벌벌 떠는

천문학적 허무 앞에서 전사들 웃네

허무야 결국 다 얼어붙는 컴컴한 우주의 허무야 우리가 마지막

한 사람을 살리려고 여기에 왔다 네 안에 비참이 열려도

우리는 그걸 닫고

너와 함께 멈추리라

온 원자가 납까지 붕괴하고 절대영도까지 식어내려가도

걸어잠근 지옥문을 끌어안고 차가워지리


열린 문을 얼게 하지 않으리 닫힌 문을 얼게 하리라

살려라 살려라 마지막 하나까지

우리는 살리면서 영생이 필요 없어지네

살려라 살리는 살려야 하는 전쟁 속에서 우리는 죽음 바깥으로 걷네









영화《30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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