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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Nov 11. 2021

해바라기센터 : 한국형 성폭력통합지원체계의 빛과 그림자

해바라기센터의 사례로 알아본 사회복지전달체계의 현재와 미래

성폭력원스톱지원센터, 해바라기센터의 역사


키가 크고 늘 해를 바라본다는 낭만적이고 밝은 이미지 덕분에, 떠올리기만 해도 태양처럼 환한 인상을 받는 햇살의 꽃 해바라기. 하지만 나는 그 꽃의 이름을 들으면, 그것과 연관된 다른 생각이 떠올라 멈칫멈칫 놀라곤 한다. 이제 한국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해바라기 센터에 관련된 많은 기억들과 비극들 때문이다.


해바라기센터의 의의는 매우 폭넓으며, 그것은 ‘성폭력 원스톱 지원센터’라는 압축적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해바라기센터의 역할에 대하여 서비스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해바라기센터(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및 그 가족 대상 365일 24시간 상담지원, 의료지원, 법률·수사지원, 심리치료지원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피해자가 폭력피해로 인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입니다.”[1] 해바라기센터는 모든 형태의 젠더 관련 폭력(성폭력 · 가정폭력 · 성매매) 피해자에 대하여 위기상황 상담 · 일반 상담 · 의료 · 법률 · 수사지원 · 심리평가 및 치료 서비스를 하나의 센터에서 통합적으로, 또한 연중무휴로 제공한다.


해바라기센터의 성격을 알기 위해서는 설립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성매매피해 대응이 최소한의 상식적인 수준이라도 갖추게 된 지는 사실은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가족부가 신설되고 본격적인 성폭력피해 통합지원체계가 준비되기 전, 1990년대에는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활발하지 않았고, (서울)해바라기센터가 처음으로 개소한 2004년 6월 18일 전까지는 통합된 성폭력 전담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성폭력문제를 처음으로 다루기 시작한 계기는 1992년 3월 2일 국무총리 산하 여성정책심의위원회가 성폭력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결의하면서부터 시작한다.[2]그해 4월에 성폭력근절 실무추진회의가 개최되고, 5월에 시 · 도별 보호업무지침이 하달되었으며, 8월에는 보호시설 시범운영지침이 시달된다. 그리고 같은해 서울 자매복지회관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로 지정, 최초로 공공 사회복지전달체계 안에 포섭된 피해자 보호시설이 제공된다.


놀라운 것은 그 시점에서도 성폭력관련법률과 성폭력상담소 등은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최초의 정부 관할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성폭력특별법’)』(1994)가 제정되면서 1994년 11월에야 개소한다. 몇 달 뒤인 1995년 1월에는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이 설치되고, 성폭력상담소에 대해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시작된다. 이후 2000년 9월에 장애인성폭력전문상담소가 신설되고, 2001년에는 드디어 여성가족부가 신설되면서 정부 산하 성폭력상담기관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 관할에서 여성가족부로 이첩된다. 같 은해 10월, 여성가족부는 경찰병원 등 7개기관을 선정해 『여성폭력긴급의료지원센터』로 위촉한다. 2002년은 정부가 ‘아동보호 원년’으로 선포한 해[3]이기도 한데, 그해 2월에는 성폭력체크리스트와 성폭력응급키트가 개발되었으며, 11월에는 부산의료원 등 12개병원이 시・도별 종합병원급 (성폭력)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이런 노력이 있었지만, 너무나 불행하게도, 다음해인 2003년에는 예방을 해야만 했던 비극이 있었다. 2003년 겨울에 길을 가던 초등학생이 50대 남성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범인이 바로 검거되기는 했으나, 그러나 피해자를 도와줘야 할 의료기관-상담기관-수사기관이 서로 다른 지휘계통 아래에 지역적으로도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피해당사자는 사건발생 이후 20시간동안 경찰서 · 상담소 · 병원을 돌아다니며 피해사실을 계속 되풀이하며 조사받을 수밖에 없었다.[4]


이것이 논란이 되어 성폭력피해여성/아동에 대한 원스톱 지원시스템이 요구되었고, 당시 노무현 정부는 아동 성폭력 전담기구 설치를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5]같은해 아동성폭력전담기구 설립 추진기획단이 구성되고, 2004년 4월~5월에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 2004년 6월 18일에 연세의료원 위탁운영을 통해 드디어 최초의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가 개소한다. 또한 성폭력피해자 치료보호제도가 개선되어서, 가정폭력 · 성폭력 치료비가 통합운영되고, 시/군/구별 치료비 집행 및 절차가 간소화되었으며, 성폭력증거채취 응급키트 처치비(75,000원)가 지원되기 시작했다.


다음해인 2005년 6월에는 영남권역해바라기아동센터와 호남권역해바라기아동센터가 차례로 개소하였고, 경찰청의 지휘 하에 경찰병원 등 8개소에 여성・학교폭력피해자 One-Stop지원센터 설치가 추진되었다. 이후 8월 31일에 경찰병원에 최초의 원스톱센터가 마련[6]된다. 이러한 원스톱센터는 같은해 10월 여성가족부 · 경찰청간 ONE-STOP지원센터의 전국확대설치 협의를 통해 두 주무부처가 협력하여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었고,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7] 



해바라기센터의 성격과 전체 사회복지전달체계에서의 위치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설립된 해바라기센터는 그야말로 성폭력피해에 대한 모든 일을 하는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일선에 존재하는 시설이지만, 이곳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하여 보다 구조화된 사회복지실천현장 분류체계의 틀에서 접근해볼 수 있겠다. 


첫째. 해바라기센터는 기능 및 목적에 있어서는 사회복지의 1차 현장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곳은 성폭력 발생 직후에 피해자분들이 가장 먼저 소개받고 내방하게 되는 기관으로서, 법정에서 사용되는 DNA 등 증거채취를 위한 응급키트 조치 · 성폭력/가정폭력 전문상담사의 긴급상담과 지속상담 · 피해자 진술서 작성 및 진술녹화 · 법률지원사업 등이 이루어지는 성폭력 초동대응의 가장 첫 번째 절차를 담당한다. 해바라기센터의 성격은 종합사회복지관 · 장애인복지관 등 실제 클라이언트와 일선 현장에서 접촉하면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 1차 현장 으로 분류될 수 있다.


둘째. 그런 실무적인 성격에 의하여 해바라기센터는 서비스기관과 행정기관 사이에서 서비스기관으로 분류된다. 해바라기센터는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의 성폭력피해 초동대응 프로토콜에 따라 피해자 긴급지원 및 후속대처를 진행하는 서비스기관의 성격을 가진다.


셋째. 해바라기센터는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기관이지만, 숙박이나 거주가 가능한 시설은 운영하지 않는다. 성폭력피해자가 긴급히 생활/주거지원을 받을 곳이 필요할 때에는 법무부 임시안전숙소 제도[8], 성폭력 · 가정폭력 보호시설(전국 66개소)[9]· 경찰청 범죄피해자 주거지원제도[10], 청소년 일시보호소 및 드롭인센터[11] 등의 생활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해바라기센터는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성격이 있다.


이처럼 해바라기센터는 정부의 성폭력/가정폭력 긴급지원사업에서 피해자와 가장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상시적 서비스 이용시설이며,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와 각급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성폭력 피해아동 · 청소년 · 성인(성폭력 피해를 겪은 남성이나 그 밖의 성별도 이용 가능함)에 대한 피해회복 및 재활 사회복지서비스전달체계의 가장 핵심적인 실천을 담당하고 있다. 



해바라기센터의 역할과 운영구조


해바라기센터는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지휘에 따르며, 통합형 16개소, 위기지원형 16개소, 아동형 7개소 등 크게 3가지 유형[12]으로 분류되어 운영되고 있다. 2020년 1월 기준으로 전국에 39개 센터가 개소하였으며, 굉장히 놀랍게도 모든 센터는 지역의 중대형 2차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 이상에 부설센터의 형태로 개설되어 있다. 이러한 설계는 응급처치, 응급 정신적 외상상담, 지속적 심리상담, 수사기관과의 연계, 증거수집을 위한 성폭력키트 저온보관, 피해자 신변보호 등 복합적인 업무를 철저한 분업 하에 수행해야 하는 성폭력피해 초동지원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도입되었다.


해바라기센터 39개소 가운데 통합형 해바라기센터(16개소)는 모든 연령 및 성별 포함하여,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제공 범위는 위기상황 상담 및 일반 상담, 의료, 법률, 수사지원 서비스, 심리평가 및 치료 등 사실상 긴급주거지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서비스이며 긴급주거지원서비스로의 연계 역시 가능하다. 


위기지원형 해바라기센터(16개소)는 통합형보다는 좀 더 간소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센터들은 위기상황 상담, 의료, 법률, 수사지원 서비스 등 보다 긴급한 상황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센터에서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할지라도 거미줄처럼 연계되어 있는 성폭력피해자 지원서비스망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피해 복구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제공주체와 연결하여 피해자를 보호한다. 


마지막으로 아동형 해바라기센터(7개소)는 모든 성별 포함하여 성폭력 피해를 입은 19세미만 아동 · 청소년 및 모든 연령의 지적장애인을 담당한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는 다른 센터들과 달리 운영시간은 월~금 9:00-18:00로 지정된 이 센터는 일반상담, 의료, 법률, 심리평가및 치료, 출장 수사지원 서비스 등 보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문제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해바라기센터는 병원에 세워진 센터이기 때문에 센터장을 병원장이 겸직한다. 따라서, 예를 들면, 서울해바라기센터의 센터장은 연세의료원 원장이다. 센터장과 운영위원회 하에 소장과 부소장 직책이 마련되어 있으며, 실무팀들은 의료지원팀 · 심리지원팀 · 상담/법률지원팀 · 동행지원팀 · 수사지원팀 · 행정지원팀 등으로 구성된다. 의료지원팀은 물론 의사 · 간호사로 이루어져 있다. 응급처치 및 치료, 여성의학과 · 정신과 진료 및 치료, 기타 외상치료가 가능하도록 정신건강의학과 · 여성의학과 ·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 간호사 등이 24시간 근무한다. 상담지원팀은 전문상담사로 구성되어, 사례접수 · 면담조사 · 재판 모니터링 · 사회적 지원 · 집단상담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심리지원팀은 피해자의 심리평가 및 치료 · 부모 및 가족치료 · 수사/재판시 의견제시가 가능한 임상심리사와 상담치료가 가능한 상담심리사로 구성되어 있다. 수사지원팀에는 센터에 파견된 경찰이 상주하고 있어서, 피해자 조서 작성 · 진술녹화 지원 · 증거채취 · 고소지원이 모두 원스톱으로 가능하다.[13]


한 가지 중요한 특징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해바라기센터의 직원이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성폭력피해여성에게 편안하고 믿을만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센터 내에는 여성 인력과 여성 경찰관이 상주한다. 



해바라기센터의 위기


해바라기센터는 권역외상센터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성폭력피해자 지원체계이며, 매년 20,000건에서 30,000건의 성폭력피해를 구제하고 또한 그 중에 극도의 위험에 처한 잠재적 사망자들을 살려내었다. 오늘날 해바라기센터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복지전달체계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으며, 성폭력지원에 관한 사회복지전달체계에 있어서는 따로 꼽을 대체재도 없이 여성민우회나 여성의전화 등의 민간 여성단체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시스템이다. 심지어 민간 여성단체에서도, 본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은 권역 해바라기센터로 인계하고 있다. 


그러나, 젠더폭력 예방에 대한 경각심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정신이 원시인보다 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 남성들이 지속적인 성폭력 사건을 유발하는 우리 사회에서, 해바라기센터의 입지는 해가 갈수록 역할이 커지고 공고화되기는커녕 자금난과 인력난에 의하여 나날이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에는 경기도 해바라기센터 한 곳이 운영을 종료했고, 2019년에는 전남의 해바라기센터가 운영을 종료했다. 최근인 2021년 2월에도 벌써 서울에 있는 해바라기센터 6개소 가운데 1개소(서울 동대문구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가 운영 종료 하였고,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서울중부해바라기센터도 10월부로 운영을 종료하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복지 인력을 ‘갈아서’ 사회복지전달체계를 유지하는 구조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악랄한 사회복지사업 자금지원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바라기센터 직원의 초임 연봉은 간호사와 심리치료사의 경우 2700만원 선이며, 부소장조차 3300만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것은 9시부터 6시까지의 정규 근무가 아닌 24시간 연중무휴 교대근무 기준이다. 직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리외상(Vicarious Trauma)과 간접트라우마(Secondary Trauma)가 숨 쉬듯이 찌르고 들어오는 잔인한 성폭력 · 가정폭력 사건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푼돈을 받고 이렇게 힘들고 끔찍한 업무에 자원하겠는가? 사람을 소진을 시켜 놓았으면 돈이라도 듬뿍 줘야 하고, 야간근무와 과로로 수명을 깎아 놓았으면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두둑이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성폭력피해자들이 기댈 첫 번째이자 가장 최종적인 사회복지 ·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종사자들에게 얼마나 못된 대접을 하고 있는 것인가?


조직 운영 시스템에 있어서 문제도 상당하다. 관련법과 지휘는 여성가족부에게 받고,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교부받고, 경찰청에서는 수사지휘를 받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센터가 병원 소속이기 때문에 센터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병원이 책임을 진다. 심지어, 병원장은 해바라기센터 센터장으로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이런 부담을 짊어진 지역 2차병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14] 



선한 마음은 보상받아야만 한다


선의를 가진 사람들을 착취하는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방치하는 정치인과 시민들. 나는 이것이 한국 사회복지와 보건복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정신적 타락이라고 본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타인의 고통과 사회적 필요에 책임감과 부채감을 가지고 숭고한 헌신을 펼치려는 수많은 평범한 모습의 의인들께 돈과 혜택으로 보상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아, 저 사람들이 해주겠지 뭐.’라는 생각으로 현장 종사자 처우개선을 나몰라라 한다. 그러나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숭고한 헌신을 받았으면, 돈으로 갚으면 된다. 우리 사회가 소수의 뜻 있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숭고한 헌신 덕분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은 것이라면, 그 숭고한 헌신에 현금과 주택으로라도 보상해야 한다.


값어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푸대접을 받는 비극은, 단지 해바라기센터나 노인 요양복지시설과 같은 복지전달체계에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공동체에 헌신적인 신념 하나만을 가지고 자신의 커리어와 입신양명을 포기하고 궃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따위 취급을 받아 왔다. 예를 들면 군대의 민주화와 정상화를 위해 모두가 생소하게 여기는 일을 앞서서 하는 군인권센터 활동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하여 커리어를 포기한 채 입대한 직업군인들, 인류의 더 나은 지식문명을 위해 돈과 개인적 쾌락을 희생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자들, 열정 있게 가르치는 강의교수들, 돈 안 되는 의료현장의 봉직의들과 간호사들,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계급 생활의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해서, 모두가 자기가 힘들면 그제서야 찾아가서 의지할 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들이 필요한 어려움이 닥쳐오기 전에는 모른 체한다. 진보정당이 주도하는 법제도의 개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동료 인류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받는 보상을 보면 화가 나고 복장이 터지는 현황은 여전하다.


나는 미래의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물론 내가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성폭력피해자 전담지원기구에 직접적으로 소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꿈이 있다. 해바라기센터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범죄피해자 및 트라우마피해자 지원기구에 보다 현대화된 내담자 초기 지지체계 진단도구와 피해자 데미지컨트롤(damage control) 프로토콜을 공급하고, 특히 피해자를 상대하는 사회복지 및 의료전문가들의 대리외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정신적 피해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비록 이 사회가, 먹고 살 만해서 자기 가족들은 안전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소수의 뜻 있는 선량한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겨우겨우 지탱되고 있지만, 나는 그렇더라도 절망하고 실망하여서 떠나버리지는 않기로 했다. 그런 소수의 뜻 있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나는 말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벌 수 있는 시간과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한 사람이 더 왔다고. 선생님들 여기 저 한 사람이 더 왔으니까요, 어떻게든 해 봅시다. 어떻게든 해 보는 것이다. 다행히도 누군가는 먼저 개척해 두었던, 그러나 오직 소수만이 발자국을 남긴 그 좁고 험한 길 위에, 지혜와 과학의 지렛대가 함께하기를 기원해 본다. 



끝. 감사합니다. 





[1] 여성가족부 정책정보, 「해바라기센터 운영」 

[2] 서울여성재단 성평등아카이브, 「여성정책심의위원회」 

[3] 충남해바라기센터, 「연혁」 

[4] 문예슬&이유민, [취재후] ‘성폭력 피해 지원’ 해바라기센터는 왜 문을 닫나? 

[5] 박정훈, 그들이 김재련을 물고 늘어지는 까닭 

[6] 서울동부해바라기센터, 「연혁」 

[7] 이상 해바라기센터 전체 역사는 여성가족부, 『2020 해바라기센터 사업안내』, 2020를 참조함 

[8] 법무부, 「피해자의 신변보호」 

[9] 경기도청 여성정책과,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현황」 

[10] 서울경찰청,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11] 십대여성인권센터, 「전국 일시보호소, 드롭인센터 정보」 

[12] 여성긴급전화 1366,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 해바라기센터」 

[13] 서울해바라기센터, 「조직도」 

[14] 문예슬&이유민, [취재후] ‘성폭력 피해 지원’ 해바라기센터는 왜 문을 닫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1-10-12 과제로 제출된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Photo by Yair Mejí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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