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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un 27. 2022

실버세대를 위한
더 나은 평생학습을 생각하다

학습은, 결국 행동이다. 행동의 관점에서 학습경험을 디자인하라.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학습 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에 긍정적 ·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그런 것처럼, 실버 학습 에 있어서 긍정적 · 부정적 영향을 만들어내는 요소들도 굉장히 다양하다. 비록 많은 사람들은 ‘학습은 한 사람의 두개골 안에서만 일어나는 개인내적인 실천에 관한 것이다’라고 습관적으로 생각하지만, 인간은 사회 바깥에서 살아갈 수 없고 사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만큼, 인간 행동의 일부인 학습 역시 여러가지 사회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버 학습의 영향요인을 단지 노화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만 숙고하지 말고, 사회 · 환경적, 인지 · 생리적, 정서 · 행동적 요인을 통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실버 학습의 사회 · 환경적 요인

실버 학습의 사회 · 환경적 요인은 고령화와 맞물린 수명의 증가로 압축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다.  한국의 중위연령은 1976년 20세, 1997년 30세, 2014년 40세, 2017년 42.0세에 도달하였으며,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2022년에는 중위연령 45세를 돌파했다. 뿐만 아니라, 2031년 50세를 넘고, 2063년 62.1세부터 증가속도가 둔화되어 2067년 62.2세에 도달할 예정이다.  이러한 극적 인구 고령화는 실버 학습이라는 개인적 · 조직적 행동양식에 체계적인 영향을 준다. 


청년층의 인구 감소로 인하여 1인당 노인의 부양비가 증가하여 노인에 대한 재정 보조가 어려워질 것이고, 장년 이후 수명의 증가로 인하여 은퇴가 계속적으로 지연될 것이며, 인구 감소로 인하여 경제의 양적 팽창은 둔화될 것이다 – 소비자와 생산자의 숫자가 전반적으로 줄기 때문에. 또한 고용 유연화, 무인화, 그리고 DT(Digital Transformation)가 가속된다.


따라서 앞으로 거의 모든 인구가 밀접하게 영향을 받는 산업세계는 인구구조로부터의 영향을 받은 결과 은퇴가 종말한 평생고용(좁은 의미에서의 ‘평생직장’이 아님!)의 시대로 들어설 것이다. 평생고용은 평생학습을 요구할 것이고, 평생학습은 개인에게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교육 및 학습 전략에 좋은 싫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산업세계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은 결과, 강력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정규직 및 고용보호의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노동자 개인들은 자기경영 · 자기계발 · 자기개발의 원리와 GitHub · 카카오명함 · 바디프로필 등의 서비스들이 징후하는 자기브랜드화의 전략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실버교육 역시 거시적인 변화를 맞는다. 교육의 커리큘럼과 목적 역시 과거와 같은 단순한 여가 또는 ‘노인복지센터’ 단계에서 벗어나, 실버 세대를 ‘현직’으로 완전히 (재)편입하는 직무교육 및 지역사회 재적응 프로그램의 성격이 공고화된다. 교육이 제공되는 사회의 이러한 맥락은 실버세대에게 체력적 · 지적 · 의지적 부하를 건다. 빠른 속도로 끝없이 갱신되는 교육을 받아들여야 하기 떄문에, 건강이나 체력 면에 있어서 손상이 있을수록 생활 부하는 증가할 수 있다. 실버 학습 영향요인으로는 이러한 사회-생리적 연결고리가 고려되어야 한다.


2.실버 학습의 인지 · 생리적 요인

많은 사람들이 노화에 따라 인지 기능의 감퇴를 걱정하고, 호소한다. 하지만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의 감퇴는 일반적으로 그러한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는 하나, 그 구체적인 수치는 개인에 따라 비교하기 힘들 만큼 큰 차이가 존재한다. 물질 남용(술 · 담배 · 폭식)과 스트레스 그리고 부적절한 행동을 자주 행하였다면 20대에도 인지 · 생리적 완결성이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생에 걸쳐 건강과 지적 행동을 잘 갈고닦았다면 아주 나이를 많이 먹어도 현직으로 일하며 거의 신경쓸 필요가 없을 만큼의 지적 완전성을 가져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와 함께 변화하는 가장 주요한 인지적 요인은 ‘기억력’과 ’지능’이다. Cattell&Horn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지능의 경우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과 삶의 진행에 따라 증가하기만 하는 결정지능(Crystalized intelligence)으로 나눌 수 있다. 유동지능은 말 그대로 유동적인 능력이어서, 청년기에 최고조에 다다랐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그 감소의 폭과 속도는 개인의 노력과 자기관리에 따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차이를 나타낸다. 한편, 결정지능(Crystalized intelligence)은 수정 보석처럼 결정화(Crystal+lize) 되는 지능으로서, 한 번 형성되면 사라지지 않고 평생 그 상태로 존재한다. 놀랍게도 인간의 장기기억력은 거의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유동지능에 해당하는 단순 암기력이나 순발력 등은 나이에 따라 어느정도 감소할 수 있을지라도, 수많은 경험과 상황판단 속에서 축적된 빅데이터 · 어휘와 언어 능력 · 지식 · 지혜 · 무수한 개별 사례에 대한 정보 등은 천연동굴 속 보석처럼 계속 누적되기만 한다. 이러한 기억과 지능의 특성은, 실버 세대를 위한 평생교육에도 응용될 필요가 있다. 실버 세대 학습자가 자신이 가진 결정지능과 많은 기억들을 불러낼 충분한 시간과 계기를 제공하고, 학습활동이 단순한 노인 복지관의 레크리에이션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 현직으로 다시 부름받아 만들어진 의미 있는 기억으로 각인되게끔 당사자 참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3.실버 학습의 정서 · 행동적 요인

실버 학습의 영향요인들은 대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또한 통제할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는 노인심리학과 노인사회학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구조에 대해 이해했다. 또한, 그러한 밝혀진 보편 구조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 역시 우리는 배울 수 있었다. 실버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구조는 그것보다는 좀 더 유동적이고 직접적인 대응을 하기도 어렵지만 – 예를 들면 술·담배를 끊어서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쉬우나 『고용촉진법』을 고치기는 어렵다 – 그래도 뜨거운 태양 광선을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이 직접 그늘막을 설치할 수는 있듯 구조적 폭력을 회피하는 나름대로의 로컬 실천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것은 실버 학습자 개개인의 정서적 · 행동적 특성이다. 정서는 기본적으로 개개인마다 편차가 클 뿐만 아니라 개인내적으로도 대단히 유동적이며, 그러한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정서 변수는 행동에 영향을 준다. 결국 인간은 잘 살기 위하여 공부(학습)하는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육체적으로 활발하고, 정신적으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손으로 서비스와 재화를 생산하고, 벌어들인 돈을 소비하고, 누군가를 위해 기여하고, 그 모든 복잡하고 고맥락의 행위를 하기 위해 자신을 억제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책상 앞에 앉아서 혹은 현장에서 무언가를 수행하는 것이다. 실버 학습, 평생학습, 나아가 모든 형태의 공부와 학습은 결국 이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학습이 본질적으로 ‘학습 행동’이고, ‘행동’이 그것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지속하는 개인의 정서에 강력한 지배를 받는 한, 모든 종류의 학습 – 여기서는 실버 학습의 가장 중요한 영향요인은 정서적 요인이라고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에 있어서 정서 요인은 원래부터 중요하지만, 실버 교육과 실버 학습에 있어서 정서 요인은 가장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서를 이루는 여러가지 요소 ; 동기(Motive), 기분(Mood), 감정(Emotion), 희망 · 의지 등의 미래조망 등이 실버 세대에 있어서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의 내일에는 무엇이 있고, 내가 동료들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꾸려가는 앞길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는가? 모든 행위의 근거를 구성하는, 이 근본적인 정서적 조건들을, 방치되거나 외롭거나 우울한 상황에 처한 실버 세대는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


천재로 태어났어도, 아무리 안정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어도, 사회에서 배제되고 개인적 관계들로부터 버려진다면 아무도 미래를 위한 희망이 가득 담긴 행동인 ‘학습’ 이라는 ‘행동’ 그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실버 교육론과 실버 교육 실천에서 반드시,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케어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실버세대가 당해 교육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정서 그리고 개인적 삶에서의 맥락이다. 충분한 희망과 동기가 있다면, 지능지수나 나이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한 변인이 아니다.


마치며

실버 세대 교육을 비롯한 평생교육은, 강제성과 어느정도의 보편성을 가진 학령기 학교교육과는 목적과 맥락이 다르고, 학습수행을 개인의 사적인 수학 의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며, 그에 따라서 개인의 지적 · 정서적 · 행동적 변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실버 세대 평생교육의 효과를 관측하는 것은, 학습자의 주관적 감정 · 목표의식 · 정서 · 의지가 반영된 그림자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평생교육의 효과성 증진을 위해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며 자아상의 발달과정이라는 주된 맥락에 따라 학습하는’ 평생교육자들의 개인내적 역동을 예측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Photo by Johan Mouche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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