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10년평가위원회 서울시당 권역별 토론회>에 응답하는 제언
이 글은, <정의당 10년평가위원회 서울시당 권역별 토론회>의 주제의식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구체적인 요즘 난관의 탈출구를 제안하기 위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의당은 현재 민주당에게 담론(어젠다), 권력, 경로의존성 다 빼앗긴 상태입니다. (민주당은 누구한테 빼앗겼는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정의당이 할 일을 민주당이 대신 해주고 있는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해 주기는 해 주는데 다 해주지는 않습니다. 『차별금지법』 이런거는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매우 이질적인 하위그룹으로 구성된 단체이고, 그 평균값이 단지 국힘보다 진보적이라는 점에서의 진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민주당을 지키자' 라는 정서가 큽니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을 막아야 하니까. 겸사겸사인 것입니다. 국민의 힘도 막아야 하고, 민주당도 좌클릭을 하고 있고요. 민주당을 찍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좀 보수적이기는 해도 정의당은 대세가 아니라서 내 표가 사표(死票)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정의당의 정치인들이 민주당 정치인만큼 실력이 있는지도 확신이 없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지요.
저는 정의당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저도 그럴 수 있어요. 왜냐면 저 역시도 단순히 세상이 어떻게 되든지 정의당만 잘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정의당을 통해 이 사회가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정의당보다 이 사회를 위해 남을 찍어야 한다면 저라도 그렇게 합니다. 그러니까 정의당은 민주당에 너무 열받을 필요는 없고, 민주당 대신 선택을 받을 만한 제안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의 발전 방향에 대한 말씀들은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첫번째 발표자님(정재민 서울시당위원장), 두번째 발표자님(문정은 前부대표), 세번째 발표자님(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네번째 발표자님(원정아 서울시당여성위원장) 말씀은 저 역시도 동감입니다.
저는 실무진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에 거기에 제가 덧댈 말씀은 없습니다. 저는 현장에 있기보다는 분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거시적인 측면에서 좀 더 100년, 1000년을 바라보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실무진이 제시한 정의당의 모든 문제는 결국 자원(돈, 사람, 장소, 시간)이 있어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원이 없습니다. 자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가난하다면 우리는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정의당은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1) 말 그대로 당의 차원에서 고객을 불리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돈이 없으니까요. 돈이 없는데 어떻게 지지를 요구하겠습니까?
2) 우리가 사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장이 된다는 것은 실제로 지역주민들에게 정의당의 이름으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3) 정의당이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지역주민을 돕는 하나의 '고마운 이름'이 되는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그 과정에서 돈도 버는 것입니다.
4) 그 과정을 통해 종업원이 정의당에 더 깊이 관여하게 하고, 고객이 정의당에 더 깊이 관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소득격차가 심해지는 시대에는 대부분 사람에게 돈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돈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5) 무엇보다 이런 방식. 시민의 생활세계에 대해 접근하는 기술을 민주/국힘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민주/국힘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면, 민주/국힘은 잊어버릴 수 있어요.
6) (좀 더 정신적인 것인데요) 기업가의 입장에서+기업가의 입장에 동의하는 대다수 시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가적 사고방식 가진 수많은 시민들은, 정의당이 복지 하자는 거를 싫어해요. 왜냐면 복지가 돈 든다는거 알고 있는데, 정의당은 돈을 쓰자고 하거든요. 기생충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계속 요구하는 포지션이에요 정의당은. 적어도 TV에 찍히는 모습만 보면, 현재 정의당은 계속해서 의회에 명령만 하고 있어요. 뭐 만들어라 뭐 해라, 법을 만들자는 얘기만 나오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요구는 곧 소비에요. '생산은 안하고 소비만 하는 집단, 만들지는 않고 달라고 떼 쓰는 집단'이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죠. 그런데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대중정당은 다르게 행동해야 해요. 생산자이고 혁신가라는 이미지가 있어야 합니다.
7) 정의당은 옛날에 안철수가 하던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정의당 전체가 (과거의) 안철수 스러운 스마트함을 가져야 합니다. 과학기술 전문 정당, 혁신기업 전문 정당, 벤처기업 전문 정당. 이게 있어야 해요. 되게 좋았던 게 예전에 이병록 예비역 해군준장을 영입한 건데, 한 분으로 부족합니다. 이걸 엄청 많이해야 효과가 있어요. 돈을 많이 써서 많이 섭외해야 합니다. 이게 있어야 지적인 권위가 생길 뿐만 아니라, 지적 우위를 잡으려고 하는 국힘/민주당 기술관료 애들을 꺾을 전문가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8) (최적화의 문제인데요) 기업은 분업하는 조직입니다. 직원을 하루종일 방치하는 기업이 없듯이, 정의당도 당원에게 계속 뭔가 기여해달라고 산출물을 요구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고작 1만 8천명밖에 안 되죠. 근데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종업원 1만 8천명짜리 기업이 있다면? 어마어마한거에요. 90%가 놀고 10%만 일해도 1천 800명이 일하는 기업이에요. 어마어마한 포텐셜입니다. 전 당원에 대해서 역량조사를 하고, 각 역량을 사업화할 수익사업본부를 꾸리고 여기서 당을 위해 돈 벌어볼 기획자들을 모집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당원동지들께 필요할때마다 부탁을 해서 동원을 해야 해요. 김장을 하든지, 커피를 볶든지, 강정을 볶아서 팔든지, 부동산전문가 당원을 모집해서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어서 차액 먹고 팔던지. 그렇잖아요. 그리고 재료비랑 인건비 주고 순이익은 전부 정의당을 위해 재투자해야 합니다. 소수정예 부자정당이 되어야 해요.
9) 그리고 당원과의 목적성 있는 물음과 응답이 있어야 해요. 안부를 묻고, 뭘 잘하는지 묻고, 뭘 원하는지 묻고. 다 물어야 해요. 그걸 DB화해야 해요. 그리고 거기에 따라서 사람들을 분류하고, 가르쳐주고 동기부여 하고 일을 시켜줘야 해요. 그게 당원에 대한 예우이기도 해요. 저는 노회찬 의원 서거하시고 가입했는데 그 이후로 당으로부터 이 당에 대해 설명하는 그 어떤, 그 어떤 브리핑이나 매뉴얼이나 설명서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공천' '지역위' 같은 정당정치의 용어가 무슨 뜻인지, 조직의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지역위가 몇 개가 있는지, 선출직 위원이 누가누가 있는지, 다들 뭐 하는 사람들이 기초 인구통계가 어떻게 되는지 진짜 하나도 모른다고요. 하다못해 웰컴키트 하나 주지 않았어요. 아무도 안 가르쳐 주니까. 이거를 신규당원이 알아서 나무위키에서 검색을 해야 합니까? 이러면 안 돼요. 모시고 설명하고 임파워링 해야 해요. 그래야 열심히 하죠.
10)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거 신천지가 더 잘하는거다. 거대 기업형 기독교가 더 잘하는거다. 하지만 양적으로는 그럴지 몰라요. 하지만 정의당은 질적으로 그들과 다릅니다. 우리에게는 도덕성이 있어요. 우리는 기업성 없이 오로지 도덕성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에 기업성을 입힌다면, 기업성을 입혀서 조금만 더 커진 정의당에서 사람들이 도덕을 위해 일한다면, 상황이 훨씬 좋아질 겁니다.
11) 정의당이 조직노동(민주노총 등) 분야에 빚진 것도 많고 갈등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분들 말을 다 들을 수도 없고 안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러면 그 일은 그거 잘하는 진보당 · 노동당이 하시게 내버려두고, 정의당이 기업화되면 됩니다. 정의당 굿즈! 정의당 칵테일 세트! 정성을 담은 정의당 말차 선물셋트! 정의당 지역구별 퀵배송서비스! 정의당 텀블벅 펀딩! 정의당 자체 펀딩! 정의당 재즈패스티벌! 정의당 흠뻑쇼! 억울하신가요? 정의당이 대신 소송해 드립니다! 정의당이 대신 고발해 드립니다! 정의당 인디게임스튜디오! 정의당 인디힙합레이블! 이런게 필요해요. 정의당이 지금 10년을 했고 민노당 시절까지 하면 20년 노하우이고 인력이고 인맥이에요. 정의당이 가진 어마어마한 노하우를 돈 주고 이용하고 싶다고요. 근데 안팔아요. 사업구조가 없으니까. 우리가 기업이 되면 지지그룹(특히 민주노총)에게 제발 좀 동참해달라고 설득할 필요가 없고 눈치보고 살 필요도 없어요. 돈이 없으면 부탁을 하면 되지만 돈이 있으면 돈 주고 사면 됩니다. 지역위원회가 없거나 작다면, 상근자를 추가적으로 돈 주고 채용하면 되잖아요. 상근자가 있으면 지역에 기반센터가 생기죠. 지역 기반센터가 생겨야 지역사업 하고 당원을 긁어 모으고 캠페인을 하고 선거를 이기지요. 약자의 이념만 대변하지 말고 약자의 생활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정의당!
12) 그리고 기억해야 될 게, 자꾸 정의당 페미니즘 수용, 선명한 좌파, 이런거로 당내에서 단일 결론을 내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페미니즘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안고 가야 하고 선명한 좌파를 어느정도는 또 품고 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우리 정의당이 좌파의 마지막 '자생지'에요. 우리가 없으면 좌파는 자생지절멸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당이 "페미니즘 좌파당 됩시다" 의결을 하는 등 당론을 통합할수가 없어요. '자생지'라고 했잖아요. '좌파의 다양성이 숨쉬는 자연'이고 기본적으로 좌파정당이기 때문에 대충 좌파면 다 들어오는 생태보호구역 같은 곳이에요. 아니면 백화점 같은 곳이에요. 절대 단일 종으로 통합할 수 없어요. 우리는 그냥 여러 좌파들을 다 모아두는 그 행위 자체에 의의를 두면 돼요. 정의당 없으면 한국의 좌익이 갈 데 있습니까? 그 백화점을 유지관리하는거는 돈으로 하는 거에요. 결국 정의당은 생각이 달라도 너무나 달콤해서 달라붙어 있는 생활/소비/돌봄의 공동체화되어야 하고, 돈 많이 벌고 그걸 재투자하는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13) 첫 발자국은 내부 HR 개발 순환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정의당 안에 어떤 분야를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에게 어느정도의 실비를 드리고, 다른 당원들이 공짜로 직업교육 받을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당원이 교육이 되면, 그 당원들로 사업을 시작하는 거에요. 예를 들면, 전기기술사 자격이 있는 당원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분이 전기기사들을 길러내는 겁니다. 용접기사들은 용접기능사를 길러내는 겁니다. 그 인력풀을 통해서 건설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교육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어요.
14) MBTI강사 자격 있는 분들 계시잖아요. MBTI 해석을 가르쳐 주시고, 각 지역위에서 MBTI 강좌 열어서 "일반인 3만원, 당원 3천원, 오늘 정의당 가입하시면 공짜" 이렇게 홍보를 하는 겁니다. 홍보물은 디자이너 당원이 맡고요. 마케팅 집행은 퍼포먼스마케터 당원이 맡고요. 당에 사람이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15) 작은 로컬 기업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나 전국 지역구에 빠짐없이 존재하는 전국-로컬 기업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이것이 제 제안입니다.
사진 출처: 김보연 기자, 류호정, 영화 ‘킬빌’ 주인공으로 변신 “킬(Kill) 비리”, 2021.07.2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