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55
서나루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 시절 사진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든다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얘를 여기로 데려온 건 안 되는 일인데
내가 건네준 모든, 않았어야 했던 모든
얘에 대하여 고민한 모든 것들은
애한테 못할 짓이었는데
저 아이가 얘라면
저 아이가 미래에 겪을 일을 겪게 된다면
나는 폰만 챙기고 뛰쳐나가서
뭐부터 막아야 하지?
여전히 고운 손과 잘 다듬어진 샐러드
매끄럽고 운좋은 도회의 삶도
보상하지 못하는 인간으로서의 순간들
죄책감처럼 아이 웃음 소리가 들리고
인간의 본질은 변할까요?
그 대답에 세월을 쏟았지만 따로 원하는 답은 있었어
모두는 돌이킬 수 없이 떠밀려 초월하는 것이어서
내면아이 같은 개념따위나
눈물에 닿으면 굵어지는 솜털 같은 것도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혼자 울던 일과
울어서 어른이 되던 일은 없었다고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던 순간은, 박제된 채로 닫힌 것이 아니라
과거를 영원히 지우며 자라는 흰 모래정원처럼
새로운 기하학을 그려나갈 뿐이라는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어
인간의 본질은 내가 슬퍼하는 범위 내에서만큼은 변하지 않았고
내 아이도 아니고 내 시간도 아니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크던 시절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주제넘고 웃긴 슬픔에
사랑의 기이한 공통점들은 남의 뼈처럼 드러나는데
그 사람 받아 마땅할 사랑의 마지막 사본은 왜 언제나
짧고 늦고 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