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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Mar 18. 2020

병동 2

나루시선, 11

병동 2


                          서나루




총알이 박혔는데 빼 내지를 못하면


그대로 사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 내 몸이

내 몸이 박힐 자리에 박혀 버렸는데

뽑지를 못하면 가시처럼

여분의 갈비마낭 박아두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참전용사이자

동시에 그 안의 총알이라고 한다

납탄은 성질이 물러서

몸 속에 들어가면 이렇게 내 육부같은 모양으로

버섯처럼 부풀어진다고 한다


나도 내가 어디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다 아인쉬타인에 의하면 비행이란

상대적 개념이므로

나는 발사된 적이 없이 날아가고

서있던 적 없이 피격되고 있다


정오부터 병동에 크레모아 폭풍이 분다고 한다

팥죽같은 오장이 터져나온다

저것을 오장이라고 부를 순 없다

그렇게 부르기엔 나는 너무 소중해

나를 나라 불러다오


양파처럼 탄은

탄미에 탄미를 물고 

내 몸을 밀고 들어온다

불그죽 푸르죽한

등고선 일렁인다


내 몸에 가장 맞는 음식은 

내 몸으로 된 음식









(2016.03.15)

Speer Gold Dot bullet captured in ballistic gel. Photography by Oleg Vo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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