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11
서나루
총알이 박혔는데 빼 내지를 못하면
그대로 사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 내 몸이
내 몸이 박힐 자리에 박혀 버렸는데
뽑지를 못하면 가시처럼
여분의 갈비마낭 박아두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참전용사이자
동시에 그 안의 총알이라고 한다
납탄은 성질이 물러서
몸 속에 들어가면 이렇게 내 육부같은 모양으로
버섯처럼 부풀어진다고 한다
나도 내가 어디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다 아인쉬타인에 의하면 비행이란
상대적 개념이므로
나는 발사된 적이 없이 날아가고
서있던 적 없이 피격되고 있다
정오부터 병동에 크레모아 폭풍이 분다고 한다
팥죽같은 오장이 터져나온다
저것을 오장이라고 부를 순 없다
그렇게 부르기엔 나는 너무 소중해
나를 나라 불러다오
양파처럼 탄은
탄미에 탄미를 물고
내 몸을 밀고 들어온다
불그죽 푸르죽한
등고선 일렁인다
내 몸에 가장 맞는 음식은
내 몸으로 된 음식
(2016.03.15)
Speer Gold Dot bullet captured in ballistic gel. Photography by Oleg Vo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