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56
서나루
세월과 태도와 아픔이 몸에 묻는다
가슴에 묻은 펀치들, 뾰족한 모서리들
돌부리와 돌멩이들
폐와 장을 다쳐서 죽은 것들
우리 가슴에 흉갑(胸甲)의 흉터를 남긴 폭력들
갈빗대를 보면 뼈의 솔직함과
우리가 속한 이 친근한 공감거리들이 반갑다
그래 하물며 천장에 붙어 사는 도롱뇽도
모든 집들에 문이란 게 있고
밥상엔 반찬에 해당하는 것이 있듯
금속제 새장이 있다. 나의 것과 똑같은 물건이
저것의 오르내리는 흉곽을 보는데 나에게도 들숨이 느껴진다
눈으로 눈을 쳐다본다
나비도 눈이 있다
사고로 빠짐없이 죽었고
빠짐없이 살아남은 것들이 만들어둔 공통된 흔적들
가슴을 맞아 죽은 존재들이 빠져 주면서
가슴에 뼈 돋운 존재들이 남긴
비명은 살아남은 것들만 들을 수 있었고
죽어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었다
구두 밑창이 닳듯
구두 밑창이 슬픔도 고통도 없이 닳듯
종유석처럼 쌓인 칼슘
썩지 않고 온 뼈
내 안에서 썩지 않는 뼈
내 밖에서 썩지 않는 뼈
Photo by Dr. Liptak Dr.Dr. Liptak LiptakDr. Lipt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