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67
서나루
나는 당신을 보고
내 소총을 몸통으로 바짝 붙인다
검지를 방아쇠울 위에 단단히 뻗고
멜빵 끈은 끝까지 꽉 조여 있다
분명히 그 단어를 당신은 언급했다
내가 8부 능선을 넘으면서
심장에 꽂았던 주사기
뱉었던 피
핥았던 진흙의 이름
그곳에서 살아돌아온 자가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았을 어휘
내가 사지에서 찾아내어 함께 데려오지 못했던 자
온 거죽을 빼곡히 덮었던 흉터를 갈아내어
이제 황동처럼 반질거리는 살결
손바닥을 보여야 하던가?
손날을 보여야 하는가? 예법이… 예법이 어디갔나!
허겁지겁 전투복 주머니를 뒤져도 예법이 나오지 않는다
그랬을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의 병과는 그것이 아니었으므로
죽음을 견디는 자가 아니라 삶을 견디는 자들,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 바깥으로 걷는 자들을 위해 우리는 도열했다
우리가 제때 당신에게 닿지 못하였음에 대하여
당신의 심장이 내려앉는 경험들 아래 경례하고
너무 늦게 알려진 구사일생 앞에 칼을 거꾸로 하고 무릎꿇기 위해
두개골 안에 담겨, 전장에 뿌려져
데키마티오(Decimatio)에도 살아남은 총사대를 위해
그러므로
당신을 위해 바쳐져야 했을 예포
누락되었을 시, 가장 빨리 알아차린 자가
발포해야 한다는 교전수칙이 있다 허둥지둥 멜빵을 고쳐매는 순간
당신이 나를 누긋이 본다
피하고 찌르고 꺾고 분쇄하던 나의 보병방진 사이로
갈비뼈 같은 당신의 시선이 들어온다
파르테논 기둥 사이로 드리는 석양이
제단 아래 숨긴 젖은 붕대까지 기어이 물들인다
대리석과 노을과
벌거벗은 삶의 까닭들만이 널린 유적에
당신 구두 소리
나만 알던 생환자의 어휘를 예사처럼
침대 밑을 훔치는 밀대처럼
깊숙한 룩을 잡는 비숍처럼 밀어넣으며
당신은 집총경례한 내 앞을 지나쳐가고
기이하게 맑고 새뜻한 당신의 예복
두툼한 견장
참호 속에서 제 손으로 뽑아내야 했던 오장육부의 길이만큼
저 흰 술은 길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츠렁이는 하얀 아길레떼
당신이 흥얼거리는
아득한 고원 너머 산사람들의 노래
산책하듯 지나치는 당신에게
나도 그들에게 배워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사진: Unsplash의Roberto Catarinicchia
눈 덮인 고원에서 마주친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