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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Dec 05. 2020

소수자의 노래 2

나루시선, 18

소수자의 노래 2

- 나은의 노래

                                서나루



내 친구의 재주는 문을 잘못 여는 것이다

그는 방 밖에를 잘 나서지 않지만

열었다 하면 모조리 잘못된 문이고

잘못 열린 문에서는 으레 그가 뛰쳐나온다


잠기지도

그렇다고 열리지도 않았어야 할 문

그러므로

영구히 닫혀 있었어야 할 문


이렇게 열려서는 안 될 문들을 열어

살아남은 그리고 살아남을 사람들을 돕는다

그는 질문하며

침묵하는 대신 질문하며, 아는데도 질문하며

막상 자신의 말은 잘 열지 않으며


몇 년의 수능에서 꼭 하나 깎아 만든 

학벌사회의 스위트룸으로 올라갈 열쇠로 그는 왜

겨울만 되면 정전기가 통하는 

천에 오십 현관문

페인트 냄새가 나는 세미나실 철문

아이들이 기다리는 사무실 유리문을 미는가


이렇게, 이런 세상에서

그의 손으로 열 수밖에 없었던 문들

사람들이 길, 혹은 창, 턱, 벽, 또는 

허물어야 할 곳이라고 혹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부를 때

그의 손에 문이 되어 열리고

그의 손에 비로소 빈 방이 되어 닫혔던 문들


소리를 적게 내고 

말은 더 적게 하는 그

새벽 두 시 밤안개처럼 조용한 복도

열쇠 돌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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