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18
- 나은의 노래
서나루
내 친구의 재주는 문을 잘못 여는 것이다
그는 방 밖에를 잘 나서지 않지만
열었다 하면 모조리 잘못된 문이고
잘못 열린 문에서는 으레 그가 뛰쳐나온다
잠기지도
그렇다고 열리지도 않았어야 할 문
그러므로
영구히 닫혀 있었어야 할 문
이렇게 열려서는 안 될 문들을 열어
살아남은 그리고 살아남을 사람들을 돕는다
그는 질문하며
침묵하는 대신 질문하며, 아는데도 질문하며
막상 자신의 말은 잘 열지 않으며
몇 년의 수능에서 꼭 하나 깎아 만든
학벌사회의 스위트룸으로 올라갈 열쇠로 그는 왜
겨울만 되면 정전기가 통하는
천에 오십 현관문
페인트 냄새가 나는 세미나실 철문
아이들이 기다리는 사무실 유리문을 미는가
이렇게, 이런 세상에서
그의 손으로 열 수밖에 없었던 문들
사람들이 길, 혹은 창, 턱, 벽, 또는
허물어야 할 곳이라고 혹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부를 때
그의 손에 문이 되어 열리고
그의 손에 비로소 빈 방이 되어 닫혔던 문들
소리를 적게 내고
말은 더 적게 하는 그
새벽 두 시 밤안개처럼 조용한 복도
열쇠 돌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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