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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an 01. 2021

새해가 별 일 아니다

나루시선, 26

새해가 별 일 아니다 



                                        서나루




옛날엔 별 놀이를 다했다

0시가 지나서 숨을 뱉고

일 년이나 숨을 참았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송년회가 신년회로 넘어갈 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감사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데 떠드는 것이었다


강박의 놀이

불안과 초조의 잔칫상

뭣 때매 안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말해?

너는 쟤가 고마워?

감사제를 지내지 않으면 조상님들이 비를 주지 않으니까요 

0시로 넘어가는 초침을 보며 헐떡거렸다

강박이 아니면 제가 왜 위대하겠어요!

강박이 우리 엄마를 지켰다고!


인지는 세상의 존재방식이고

계속 헐떡거리며 살았으면 영원의 송년회에서 노래불렀을거야 

대신 우리는 애매하게 분연했다 

술값을 계산하는 동안 강박은 시큼하게 쉬어버렸고 

알지도 못하는 계급들을 위해 알지도 못하는 짓을 하는 동안, 기도는 응답이 없었고

지나가는 아저씨들을 쳐다보며 투쟁가를 부르는 동안, 나도 계급이란 게 되고

이제 투쟁가 부르기엔 너무 바쁜 동안


푹푹 발효된 신의 사체를 수습하는 니트릴 장갑이 자꾸 들러붙었다

신의 동생은 우리에게 늘 다정하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손이 차다고


웃풍이 스킨답서스를 말려죽이고

생수가 얼어 오고

1일이 되었는데 아무 일도 없고

2일 저녁에는 계급을 알게 되었고

1월 5일엔 조용히 있는 법을 복습하고

2월 3일엔 주술의 시절이 지나갔다


별 놀이하지 않고도 이제 일은 많다

2호선에서

먼저 내리는 동료에게 묻는다

별 계획 없어요 공부나 하겠죠

예, 저도 그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제 해 넘어가도 내 인생이 넘어가는게 아니고

누구 인생도 넘어가는게 아니다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의 유가족은 얼마나 황당할까

연말연시는 아무것도 면제하지 않는다

이제 너도 휘떡 휘떡 넘어가지만은 않고

새 해라곤 무엇도 웅비하지 않는다 


지킬 것이 없다는 걸 확인해야 

연말은 아무것도 상속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해야

사 놓고 쌓아만 둔 책을 펼쳐보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Photo by Pietro Matti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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