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시선, 27
기계 학습 알고리즘은 구름으로부터 얼굴을 찾아낸다
덩어리 밑에 무슨 동글동글 한 게 여럿 달리면
문어가 기차가 되고
그게 다시 장난감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수염이 콧망울이 되고
소리를 지켜보던 귓구멍이 눈동자가 된다
마음은 그 사람의 부재로부터 얼굴을 찾아낸다
품 안으로 파고들면
두 눈이 한 개로 보이도록 이마를 맞대고 다시
갸웃하면 다시 눈이 두 개가 되는 식의 장난을 하다 보면
얘 입술이 언제 이렇게 통통했는지,
눈은 꼭 부처같이 잘생겼네 하는 동안 얼굴은 목덜미 너머로 사라졌다
정말로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날
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끄고 배터리를 버렸다.
얼굴을 찾아 헤매는 일을 좀 그만두려고 했다
어느날 아침에 그 사람이 없어지고,
미친놈처럼 방을 뒹굴었을 때, 기계는 유령처럼 돌아가고
다시 문어는 기차가 되고
기차는 멀미하는 걔가 탈 수 있는 유일한 차편이었다
걔가 집을 나가서 못 갈아끼우는 형광등과 피잣집 스티커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사람 토핑에 한 개 더 올려 주었던
목 없는 왕새우가 나를 쳐다본다
기계의 대가리를 화단 모서리에 찧어 보아도
가우시안 블러는 웅성거리며 그 아이 모습을 뭉개 놓았다
이제 눈 두 개에 코 한 개만 있어도 다 걔를 닮을 수밖에 없다
기계가 문질러 놓은
이제 그건 거울이고
마음은 거울이 뜯겨나간 자국에서도 기어이 얼굴을 만난다
저게 계속 나를 쳐다본다
신승백 김용훈(Shinseungback Kimyonghun), <Cloud Face>, 2012
1st Photo by INTERLAB
2nd Photo by 아트센터 나비 with DesignJun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