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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Mar 15. 2021

진로상담과 '나루의 3가지 질문'

나루의 직업상담 칼럼 004 - 직업의 의미를 찾는 선생님들을 위하여

장미경(2018)은 김봉환(2006) · 이재창(2014)등의 이론을 종합하여 진로상담에 있어서 다섯가지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❶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증진, ❷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 증진, ❸ 정보탐색 및 활용능력 함양, ❹ 합리적인 의사결정능력 증진, ❺ 일과 직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 형성. 이와 같은 5개의 목표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분리되지 않지만, 이러한 다섯 목표들의 궁극적인 쓰임새를 생각하며 이론적으로 나눠 본다면, 이 목표들은 자신과 세계에대한 이해라는 핵심적 목적, 태도와 자율성 함양이라는 장기적 목적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로 자신의 특성과 직업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모든 상담과 의사결정의 출발점이자 핵심 기능이다. 인간의 개인적인 성격-흥미-가치관 특성과 직업세계가 입직자에게 요구하는 성격-흥미-가치관 특성은 일정한 특질의 기준상에서 비교될 수 있다. 홀랜드 RIASEC검사의 활용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업-입직자 간 프로파일의 일치도는 당사자의 직업적 만족과 예후에 있어서 핵심 참고 요인이며, 양적 프로파일에서 드러나지 않는 개인적인 흥미 · 선호 · 성장환경과 같은 질적 요소들도 직업 적응과 번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진로상담에 있어서 ❶ 자신과 ❷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 증진은 첫 번째로 꼽힐 수 있는 목표이다. 


둘째로 태도와 자율성 함양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주체로서의 내담자 능력을 강화하고 임파워링하는 보다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목표이다. 아무리 성공적인 상담사라고 해도, 모든 내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컨설팅해줄 수 없으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윤리적인 행위가 아니다. 직업상담을 포함한 모든 상담의 목적은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윤리 · 지능 · 지혜에 있어서 내담자의 내부 역량을 강화할 것이 요구된다. ❸ 정보탐색 및 활용능력 함양과 ❹ 합리적 의사소통능력 증진은 내담자가 혼자 살아갈 때에도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예비시키는 중요한 훈련이다. 


마지막으로 ❺ 일과 직업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이것이야말로 태도 및 자율성 함양의 핵심이며 직업 · 진로상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내담자가 경제적 궁핍에 빠졌을 때에도, 단기적으로는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삶을 파탄에 빠트리는 부적절한 직업으로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게 하는 정신적 안전벨트의 역할과, 직업과 자아의 일치 · 초월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서 단지 돈을 위한 직업이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의 직업적 성공을 추구하게 하는 정신적 동기부여의 효과를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목표들은 내담자 임파워링에 한계가 있는 특성-요인 · 지시적 상담의 단점을 보완하고, 내담자가 평생에 걸친 진로 여정동안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나의 정신적 엔진을 심어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부처(Butcher)가 제시한 집단직업상담의 3단계 과정인 탐색 – 전환 – 행동에 있어서, 진로상담은 이것을 단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 궁극적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특별히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취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직업 탐구를 촉진하는 기존의 방법은 대단히 많다. 나는 그 모든 방법들을 존중하는 동시에 기존의 방법들이 시도하지 않은 한 가지 특징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직관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자신이 학습할 대상들을 1번부터 100번까지 나열시켜놓고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은 없다. 인간은 의미를 찾기 위해 배운다. 대상에서부터 의미를 추출하지 못하면,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 같은 속담에서 느낄 수 있듯이 흥미와 이해도를 확보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긴다. 직업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300여 개의 직업 목록을 단지 제공한다고 해서 해당 직군과 직업 그리고 직무가 그 사람 개인에게 지니는 의미가 학습자의 머릿속에 자동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직관을 통한 탐색을 돕는 더 나은 구조화된 질문들을 여전히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을 통해서 내담자의 직업 이해를 돕고 있다. 


질문 하나 : 자아실현인가 돈인가?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남의 일을 해 주고 많은 돈을 받을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벌이를 기대하지 않을 것인가?’와 같다. 즉, 자아실현과 큰 돈 벌기 중 어느 한 가지를 택일(trade-off) 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큰 돈을 버는 길이 자아실현의 길과 일치하는 소수의 행운아들에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둘 모두를 하고 싶어 함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예를 들면 단순노무직 · 예술가 · 미용직 · 과학 연구자와 같은 직업은 자신의 재능과 예술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길이지만, 큰 돈과는 별로 관련없다. 한편 노무사 · 변호사 · 회계사와 같은 직업들은 매뉴얼에 따라 남의 일을 해 줄 뿐이지만 비교적 큰 돈을 만질 수 있다. 이 질문을 통해, 둘 중 하나를 잃을 것을 감수해야 함을 알려줌으로써 둘 모두를 잡을 수 있도록 예비시킬 수 있다.


질문 둘 : 벤처형 인생인가 공무원형 인생인가?


두 번째 질문은 위험+고가치 지향인지 아니면 안정+생활가치 지향인지를 묻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예를 들어 공무원이나 기업의 사무직과 같은 일들은 안정적이며 중간 정도의 봉급을 받는다. 한편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이 택하는 스타트업 창업의 길이나 작가 · 강사 · 연구자 · 예술가로서의 길은 굉장히 위험하고 불안정한 대신에 그 길만이 창조 · 창출할 수 있는 특유의 가치가 있다. 이러한 선택은 단지 성격특성의 위험감수 경향이나 개인적인 재능과 선호도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가치관 전체에 비추어 고려되어야 한다. 


예컨대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기르려고 하는 사람에게 예술가나 연구자의 길을 쉽사리 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거리로 뛰쳐나가 무슨 사업이든 벌이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진취적 앙트레프레너의 영혼을 가진 사람이나 천성이 연구자인 사람에게, 사람은 생활안정이 가장 중요하니 공기업을 준비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질문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전인적 생활의 영역을 상상하고 그것이 직업을 통해 구현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유형의 직업을 선택하게끔 도울 수 있다.



질문 셋 : 반응형 직업인가 치고나가는 직업인가?


세 번째 질문은 원하는 직업적 활동성의 수준에 대한 질문이다. 반응형 직업이란 자신에게 주어지는 상황 · 고객의 요구 · 매뉴얼이 선행하고 나는 그것에 응답하는 식으로 일하는 직업이다. 쉽게 말해, ‘시키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회계사 · 경리 · 공무원 · 간호사 · 경찰관 · 교사 등은 나에게 계속해서 일거리가 입력되고, 주어진 프로토콜과 매뉴얼 그리고 절차 하에서 물량을 ‘쳐내는’ 식으로 일을 한다. 


반면, 치고나가는 직업들은 대부분 타인이 일감을 제공하지 않는다. 자영업이나 스타트업 사업가, 예술가와 연구자, 또는 한국표준직업분류(KECO)에서의 대분류 제1번(관리자)와 같은 직군들은 세상의 필요를 스스로 판단하여 설정하고, 자기가 자신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스스로 평가하며, 누가 시킨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치열하게 멈춤 없이 쭉쭉 ‘치고나가야’ 한다. 두 형태 중 어떤 일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질문함으로써,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 활동성의 수준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내담자의 정신내적 취향을 반영한 직관적인 질문들을 구조화하는 작업을 통해, 입직자가 적어도 직업 고려 단계에서 ‘이 직업이 나에게 어떻게 체감될 것이고 그리고 인생 전체에 있어서 종합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이는지’ 미리 숙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1-03-15 과제로 제출된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Photo by Possessed Photograp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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