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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Feb 22. 2020

미신을 버린 인생

나루시선, 3

미신을 버린 인생

                                    서나루



길게 뒤척이다 휴대폰을 켜보니 4시 44분이다 미신을 버린 인생이다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었고 공포는 아무렇지 않은 것을 넘어 한심하다. 그러나 내가 세다 자는 것은 수(數)다.


진실은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다. 수도 누구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확률적으로 불구가 될 때 나는 내가 쌓아 왔던 얼굴들을 보게 될 것이다


확률 속에서 나는 그것의 한 화면일 뿐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본다. 그것만이 내가 쳐다보아야 하는 비디오 아트이다 나의 얼굴은 수이기도 하다. 나도 이 장대한 우주의 일부라는 작고 단단한 영광이다. 


건널목에 전동 휠체어를 탄 아재가 검은 봉지에서 참외 하나를 꺼내어 건널목을 막 건너는 아는 여자에게 건널 때 나도 아니고 내가 아닌 것도 아닌 무엇을 본다


걱정마라 수가 그렇게 하고 있음이니, 사실 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단백질 사슬이 접힌다고 내가 웃지 않느냐, 수는 우리 각자의 얼굴로 각자에게 허망한 빛을 쏜다. 나는 돌아갈 곳도 없이 수의 다른 표현들이 될 것이다.


죽기 전까지 암에 걸릴 확률은 삼분의 일이라고 한다. 나는 암에 걸릴까? 나는 수(數)가 마주했던 얼굴들을 갖게 될 것이다.


미신을 버리자 자잘한 셈들이 나를 덮었다 벗겨졌다 덮는다









(2018.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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